"현대차는 노조에 밀리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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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회사가 살아야 자기들도 있다는 상식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툭하면 파업으로 밀어붙이는 노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엔 절대로 회사에서 양보하지 말고 끝까지 원칙을 지켜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주세요."

울산시 온양읍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이시남(69)씨가 최근 현대자동차에 보낸 편지다.

현대차에 "노조에 밀리지 말고 원칙대로 대응하라"는 주문과 격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현대차노조의 잔업.특근 거부로 당장 지역경기 위축의 고통을 받고 있는 울산시민은 물론 부산.천안.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전화.편지가 하루 50여 통씩 쏟아지고 있다.

천안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라고 밝힌 정모(40.여)씨는 "연봉 5000만~6000만원씩 받는 '귀족노조'가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성과금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니 현대차노조 말만 나와도 신물이 난다"며 "(회사는 노조에) 절대 굴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이모(51)씨는 "회사가 이번에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 주면 모든 국민이 실망할 것"이라고 했고, 조모(45.경북 구미)씨는 "이번에도 적당히 타협하면 현대차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범퍼를 공급하는 Y기계(경주시 외동) 이모(50) 사장은 "현대차가 지금 밀리면 현대차뿐만 아니라 우리(부품업체)까지 모두 죽는다"며 "'현대차가 원칙대로 싸워 나가면 우리도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협력업체협의회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섭 현대.기아차협력업체협의회장(㈜진합 대표)도 "현대차노조의 잔업.특근 거부만으로도 대다수 협력업체의 매출이 20~30% 떨어졌다"며 "노조가 파업카드를 꺼내면 고통이 더 심해지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현대차가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해 주길 바라는 게 회원사들의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협의회에는 울산을 비롯한 전국의 350여 개 자동차 부품업체가 소속돼 있다.

11일 오후 울산시의회에서 울산시민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현대차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대토론회'에서 박종근 울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현대차는 어떠한 고충이 따르더라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울산경실련 김창선 사무처장은 "이번 문제는 정부.시민단체 등 제3자의 개입 없이 노사 당사자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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