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사범 석방조치/정치적 효과 극대화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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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석방폭·시기·방법 마무리 단계/정치권 요구로 선별 서둘러/시국수습 일환 “가급적 많이”원칙
국가보안법 개정에 따른 관련사범 석방등 후속조치를 위한 법무부와 검찰의 선별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석방폭과 시기·방법 등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국가보안법 사범들의 수사 및 공판기록,행형성적 등을 종합,개인별 석방 가능여부 심사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으나 최근의 시국과 관련해 석방조치가 가져올 효과와 영향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당초 종전 국보법사범은 기존법으로 처벌한다는 개정법의 경과규정에 따라 반드시 구제해야할 의무는 없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더욱이 지금까지 국보법사범처리가 엄격한 요건에 의해 이루어져왔으며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판결이후 더욱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새법취지와 정신에 따르더라도 구제자가 소수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은 신법 발효이후에 모양을 갖춰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구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다소 느긋하게 대처해왔다.
그러나 법개정으로 일부나마 석방등 후속조치가 불가피한데다 최근 어수선한 시국을 조기수습하기 위해서는 석방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당초 방침을 선회,선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구속자 석방이 지연될수록 개혁입법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국보법개정의 효과가 흐려지는데다 새로운 정치공세구실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구속자 석방논의는 법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서의 성격보다는 시국수습책의 일환으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하다는 인상이다.
따라서 법무부와 검찰은 해당자들의 「법적인 신분」에 알맞는 조치를 통해 구제한다는 방침하에서 가급적 폭을 넓혀 석방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는 것.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국보법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구속사범은 간첩죄 1백5명을 포함,2백여명이며 재판계류중인 구속자 1백90여명,구속수사중인자 26명등 모두 4백여명선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형확정자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행형성적을 토대로 새법 적용때의 가벌성여부등을 따져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 형식으로 일괄 석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간첩죄 위반자의 경우 장기복역자를 대상으로 전향여부를 가려 선별석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임수경양과 문규현 신부에 대해서는 검찰내부의 반발등을 고려해 특별감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2 이상 복역자 가운데 행형성적이 우수하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할때 내려지는 것으로 형이 확정된 국보법사범중 석방자 대부분은 이 조치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형집행정지는 원칙적으로 기결수중 심신상실자 등을 상대로 잔형의 집행을 정지,석방하는 것으로 공안사범석방형식으로는 부자연스러우나 가석방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범의 구제를 위해 편법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임양·문신부에게 검토되고 있는 특별감형은 남은 형기의 최고 2분의 1을 감형해주는 것으로,89년 8월 구속된후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들이 2분의 1 감형조치되면 잔형기 39개월중 20개월정도가 남게된다.
검찰·경찰·안기부에서 구속수사중인자는 기소유예등 불기소 처분으로 일부가 석방될 것으로 예상되나 검찰은 가장 중요한 석방요건으로 피의자의 「반성」정도를 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죄질이 비교적 경미한 사범을 상대로 반성문 제출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며 대상자는 10명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판계류중인 구속사범에 대해서는 구속취소와 공소취소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며,다만 결심단계에서 가급적 낮은 형을 구형함으로써 집행유예 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불구속 입건자는 지금까지 해오던 통상절차에 따라 다소 완화된 조치를 취할 계획이어서 서경원 전의원사건과 관련,불고지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신민당 김대중 총재와 김원기·이철용 의원에 대해서는 구속자석방과 동시에 공소취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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