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가 소득도 이젠 머리싸움|땅두릅·더덕 길러 재미 짭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외국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한 충남 농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8백22농가가 화학비료·농약대신 유기질비료만 사용하는 무공해 청정채소(땅두릅·더덕) 13개 작목을 심어 26억7천2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충남 금산군 진산면 부암리 유병천씨(54)의 경우 약초식물 땅두릅을 대체 작목으로 선택, 지난해 3백평당 3백80만원씩의 수익을 올려 평균치의 8배나 많은 기록을 냈다.
땅두릅은 산중에서 서식하는 다년생식물로 뿌리는 약초로 쓰이고 이른 봄(3월 중순)에 돋아나는 새순이 나무두릅과 비슷하고 맛도 향기로워 최근에는 호텔 등에서 식용나물로도 인기가 높다.
유씨가 땅두릅 재배를 시작한 것은 88년 봄.
3백평 밭에 땅두릅 종자 1말(10ℓ)을 파종했다. 뿌리의 알찬 자람과 새싹생육을 촉진시키기 위해 가을이 지나면서 월동용 비닐하우스를 설치, 89년 봄 일찍부터 두릅순을 수확했는데 관(3·75㎏)당 1만6천원에 팔았다. 고급식당에서 선금을 주어가며 주문하는 등 인기도 높았다.
3백평 비닐하우스 속에서 89년 봄 첫해에 따낸 땅두릅순은 약 6백㎏(1백50관)으로 남들은 농사준비에 바쁜 이른 봄철에 벌써 2백4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유씨가 땅두릅을 새 작목으로 선택한 것은 파종 후 매년 수확할 수 있고 병충해에 강한데다 야산에서 쉽게 씨앗을 채취할 수도 있어 인건비 외에는 별로 돈이 들지 않기 때문.
금산군 농촌지도소 지도원 양희환씨(45촌)의 충고도 큰 도움이 됐다.
『약용작물을 무공해 산나물로 재배, 출하할 경우 도시민의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는 말이 적중한 것이다. 유씨는 민간요법 전서인 『본초강목』에서『땅두릅이 고혈압·당뇨·노화방지에 효험이 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유씨의 땅두릅 재배가 성공을 거두자 이웃 여덟 가구도 89년 봄부터 땅두릅씨앗을 파종, 재배면적이 2천여평으로 늘어 이 마을은 땅두릅단지로 변했다.
예산군 삽교읍 목리 김일영씨(31)의 경우는 81년부터 3천평에 더덕을 심어 연간 7천여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산중에서 채취한 더덕씨를 말당 30만원에 구입해 봄·가을 두차례에 걸쳐 파종, 2∼3년만에 캐낸다.
무공해식품인 더덕재배로 소득이 높아지자 목리에서만도 36가구가 9㏊에 더덕을 재배하고 있다.
김씨의 권유에 따라 88년 봄 5백여평에 더덕을 심은 김세영씨(39)는『농가소득도 이젠 지혜싸움』임을 실감했다며『올 봄에도 36가구가 2만7천평에서 6억원어치의 더덕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박상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