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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최초로 판금 당한『금수회의록』|압수과정 밟힌 문서 발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국내 최초의 판매금지 처분작품으로 기록된 안국선의 신소설『금수회의록』에 대한 압수과정을 밝힌 기밀문서가 최근 발굴됐다. 이 문서는 l908년 안국선이 조선통감부 일본 경시청에서 취조 받으면서 진술한 내용과 압수이유를 담은 것으로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지소가 자료를 정리하던 중 발굴했다.
『금수회의록』은 1908년 황성서적 조합에서 펴낸 신소설로 동물들을 통해 인간사회를 풍자한 우화소설. 특히 여우의 호가호위 이야기는 외세를 업고 설치는 매국노들을 꾸짖고 있어 민족의식이 강하게 표출된 작품이다. 안국선의 진술에서『러시아와 일본에 나라가 유린당하고 세상의 도덕이 날로 부패함을 보고 이를 풍자하고자「금수회의록」을 썼다고 밝혔으며 이 진술을 토대로 일제식민 당국은 『「금수회의록」이 일본의 대한정책을 비난, 치안을 문란케 하는 부정한 출판물로 인정되어 압수하고자 한다』는 내용으로 기밀문서는 돼 있다. 때문에 이번에 발굴된 문서는 후에 변절은 했지만 당시만 해도 투철했던 민족주의자 안국선의 강제 자백을 받아 문학작품을 압수한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있어 합방전 일제의 출판·문화탄압의 실례를 보여준 사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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