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노조위원장 “투신사망”/긴장시국 새 「불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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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인규명” 노학연대 투쟁/경찰 영안실 부수고 부검강행/가족 참석 안한채 진행
【안양=이규연·이철희기자】 투신자살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씨(31)의 사인규명을 둘러싸고 근로자·학생·유족들의 반대속에 경찰이 7일 낮 사체가 안치된 안양시 안양병원 영안실에 진입,농성중인 근로자·학생들을 강제로 해산시킨뒤 부검을 강행했다.
그러나 전노협등 재야노동계·일부 학생들은 박씨의 죽음을 의문사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로 하는 등 박씨의 죽음이 최근 긴장된 시국의 또다른 불씨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쯤 전경 1백여명을 투입,영안실 뒷문쪽 콘크리트 외벽에 해머로 지름 80㎝의 구멍을 낸뒤 영안실로 들어가 농성중이던 유가족·노조원 등 40여명을 강제로 끌어냈다.
경찰은 이어 전경 8개중대 1천여명을 영안실등 병원주위에 세겹으로 배치한뒤 오후 2시30분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재관 박사등 4명의 부검의를 불러 가족들도 참석시키지 않은채 부검을 실시했다.
해산과정에서 병원주변 주택가 옥상에 올라가 있던 학생·노조원 등 1백여명이 진입하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으며 영안실안에 있던 농성자들은 시체를 에워싼채 팔짱을 끼고 격렬히 저항했으나 20분만에 모두 해산됐다.
이에 앞서 전노협 김영태 변호사·언노련 권영길 위원장 등 「박창수씨 투신사건 대책위원회」측 대표와 수원지검 강력부 김종빈 부장검사는 부검문제를 놓고 1시간여동안 회의했으나 재야측 의사들을 참여시킨 공동부검을 요구하는 대책위측과 검찰단독에 의한 빠른 부검실시를 요구하는 검찰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경찰과 근로자·학생들간의 충돌에서 김정근씨(35·서노협쟁의부장)등 7명이 머리·팔 등을 다쳤으며 오전 8시쯤에는 영안실에 있던 서노협 회원 최지호씨(22)가 깨진 유리병으로 오른쪽 팔을 자해,치료를 받았다.
유족·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은 『박씨의 자살동기가 명확치 밝혀지기 전에는 사체부검을 실시할 수 없다』며 경찰의 사체인도 요구를 거부했었다.
농성 근로자들은 『경찰이 진입하면 석유를 끼얹고 집단 분신자살하겠다』며 10여평 남짓한 영안실에서 몸으로 「인간장벽」을 만들어 박씨의 시신을 지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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