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창조 시대 … 4대 그룹 기업문화는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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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을 맞아 아주대학교 조영호 교수(경영대학원장)팀과 함께 삼성.현대차.LG. SK 등 4대 그룹의 기업문화를 조사했다. 취재팀은 4대 그룹의 대표 계열사 각 두 곳(총 8곳)의 임직원 약 1000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들의 의식.성격.가치관, 조직 문화 특징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4대 그룹의 기업문화는 저마다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또 외환위기 전과 비교하면 집합주의가 약해지고 개인주의와 성과주의는 강해지는 등 많은 변화를 보였다.

그동안 각 그룹의 기업문화에 대한 '인상 평가'는 있었지만, 그 특성을 수치로 객관화해 비교.분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조사는 지난해 10~11월 실시됐다.

◆그룹별로 확연히 다른 특성=조사는 자신이 속한 회사의 특성.분위기.가치관 등을 스스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삼성의 두 계열사(삼성전자.삼성생명) 임직원들은 '경쟁.임무완수.성취' 등을 앞세우는 '성과중심 문화'가 다른 그룹들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5점 척도에 삼성 3.92, 평균은 3.65).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답게 경영이념이나 사원정신을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정도도 다른 그룹보다 훨씬 높았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차)은 '저돌적인 현대'라는 말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성과를 추구하는 직원들의 성격이 돋보였다. 스스로 자신들의 성격이 '지적.치밀.소심'보다는 '감성.단순.대범' 쪽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기업문화 관리 정도도 약한 편이었다.

LG(LG전자.LG화학)는 다른 그룹에 비해 전문성을 강조하고, 조직의 위계서열을 덜 따지는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으로서 '…해야 한다'는 규범적 태도가 높았다. SK는 '따로 또 같이'식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특징이었다. 조사대상인 SK㈜와 SK텔레콤은 같은 그룹인데도 조직문화나 직원들의 성격 특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경영이념.경영철학에 대한 강조는 높은 수준이었다.

◆집합주의에서 성과주의로=이번 조사에 이용된 설문은 조영호 교수팀이 1995년 연구했던 '한국 대기업의 기업문화'와 거의 동일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당시의 결과와 비교하면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 구성원들의 의식과 가치관이 많이 달라진 것이 확인된다.

'회사는 제2의 가정이다'는 항목에 95년에는 96.5%가 동의했지만, 이번에는 80.7%로 낮아졌다. '상사는 부하를 따뜻하게 감싸줘야 한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율도 96.1%에서 86.1%로 낮아졌다. 집합주의가 퇴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람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55.5%→73.8%),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54.0%→73.3%) 등에서 예전보다 철저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과주의적 조직 규범이 그만큼 강해진 것이다. 또 직무만족도와 조직애착도가 떨어졌으며,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태도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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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현상(팀장).권혁주.김승현(경제부문) 기자, 공동 조사=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김관영 아주대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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