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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첫 '사람 배아' 판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아 이를 배아로 만들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회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등장했으며, 동시에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에이브러햄 생명센터'라는 회사는 애리조나주의 한 백인 여대생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와 정자은행에서 구한 백인 남자 변호사의 정자로 22개의 배아를 만들어, 이를 주문한 2명의 여성에게 임신 시술을 마쳤다. 또 유타주의 항공사 여승무원 난자와 뉴욕주 남자 의사의 정자로 만든 배아도 곧 주문한 여성에게 시술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배아 주문자들은 난자.정자 제공자의 학력, 외모, 성격, 건강 등 자세한 정보를 미리 파악한 다음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성인이 됐을 때의 가상 외모도 컴퓨터로 미리 짚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러햄 생명센터는 난자 제공자를 대졸 이상의 20대, 정자 제공자는 박사나 변호사 등 고학력자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들은 엄격한 신체검사는 물론 성장 환경, 가족사, 정신질환 조사 등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배아의 가격은 2500달러, 임신 시술까지 합쳐 아기를 갖는 데 드는 총비용은 1만 달러(약 930만원) 미만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이미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배아 은행에 대해 비난 여론도 거세다. WP는 아기를 원하는 미혼녀나 불임자, 동성애자들에게 배아를 파는 것인데, 이를 놓고 '아기가 상품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조지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람들이 지능지수와 학력 등에 따라 맞춤형 아기를 가지려는 풍조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재생의학학회의 스티븐 오라이 회장은 "배아 은행은 기본적으로 배아를 상품화하는 것이며, 특정한 자질의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학기술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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