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출신 정운찬은 … 대통령 한 윌슨이냐 못한 유진오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드로 윌슨과 유진오-.

여권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한때 언급했거나 주위로부터 자주 듣고 있는 두 사람이다. 모두 정 전 총장처럼 명문대학 총장 출신이며 대통령감으로 얘기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윌슨은 성공했고 유진오 박사는 실패했다. 당내 상황과 지지 세력 여부가 운명을 갈랐다. 정 전 총장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정 전 총장이 두 사람 얘기를 잘 알고 있고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여권의 권유만 듣고 성급하게 (정치 참여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 사례인 윌슨에 대해서는 정 전 총장이 직접 입에 올린 적이 있다. 최근 지인들로부터 "대학 총장 출신이 대통령을 한 사례가 있느냐"란 질문을 받고 "내가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우드로 윌슨 총장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훌륭한 대통령을 지냈다"고 답했다.

윌슨은 8년간 프린스턴대 총장을 지냈다. 진보적 정치학자였던 그는 총장 당시 활동으로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그를 대통령 재목이라고 여긴 민주당의 설득으로 1910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나서 당선됐고 2년 뒤엔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당시 당내 유력 정치인의 지원이 있었다. 대선에선 공화당 진영이 분열, 손쉽게 당선됐다.

유진오 박사는 문턱에서 주저앉은 케이스다. 13년간 고려대 총장을 지낸 유 박사는 67년 대선을 7개월 앞두고 야당인 민중당의 대선 후보로 영입됐다. 유 박사는 민중당 대선 후보로 결정됐지만 당내 일부 세력의 반발을 샀다. 이후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도 자기 세력을 가진 '기성 정치인' 윤보선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