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기」흔들며 “코리아 만세”/여코리아 세탁 제패하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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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천여 재일동포 환호/남북선수­임원 뒤엉켜 감격의 눈물/손에 땀쥔 3시간40분… 7천만겨레 열광
【지바=유상철특파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분단 46년만에 첫남북단일팀인 코리아탁구팀이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에서 철옹성의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순간 이곳 닛폰켄벤션센터 제1경기장은 2천여 재일동포들의 환호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3시간40여분의 혈전끝에 유순복의 마무리로 중국을 3­2로 꺾고 우승하는 순간 코트에서는 선수와 임원들이 남북을 가리지 않고 서로 뒤엉켜 울음을 터뜨렸으며 응원석에서는 재일동포들이 대형 한반도기를 휘두르며 목이 터져라 『코리아 만세』를 외쳐댔다.
냉혹한 승부사 윤상문 감독도 이 순간만은 어쩔 수 없는 듯 장웅 북한 올림픽위원회서기장을 부둥켜안고 번져가는 눈물을 닦을줄 몰랐다.
수많은 내·외신기자들의 카메라플래시 세례가 코리아 선수단 벤치를 휘황찬란하게 밝혀 첫출전에 세계제패의 금자탑을 세운 남북단일팀의 쾌거를 축하해주었다.
『월드챔피언 코리아.』 만리장성의 벽을 허물고 세계정상에 우뚝 솟은 코리아여자팀이 호명되고 조남풍·이유성 코치와 현정화·이분희·유순복·홍차옥이 차례로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또한번의 코리아열풍이 경기장을 휩쓸었다.
민족의 한이 서린 일본땅에서 하얀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기가 그려진 단일팀기가 중국의 오성홍기를 우측에,프랑스의 삼색기를 좌측에 거느리고 게양되는 순간 선수단은 한달동안의 피로가 사라지면서 진한 동포애로 하나된 감격을 누렸으며 시상대에 올라선 선수들의 눈에는 눈물이 잔잔히 맺혔다.
김형진 단장은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고 둘은 하나보다 강하다. 오직 7천만겨레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동안 힘든 훈련을 참고 견디어온 선수들에게 고마울뿐』이라고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또 김창제 총감독도 『오늘의 승리는 우리선수단의 것이 아니고 그동안 성원해준 7천만 겨레의 영광이다』고 목이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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