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천주교, 오후엔 불교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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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명박(얼굴) 전 서울시장이 신년 초부터 종교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4일엔 명동 성당을 찾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 전 시장이 "추기경께서 평소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자 정 추기경은 "바쁜 일정 중에 찾아주셔서 영광"이라며 자신의 저서인 종교서적 '모세' 상.중.하 세 권을 선물했다.

정 추기경은 "모세는 만고(萬古.세상에 비길 데 없음)의 지도자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런 지도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북한의 종교.인권문제 등에 관해 배석자 없이 40분간 대화를 나눴다. 면담 뒤 이 전 시장은 "추기경께서 나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 했다.

오후 일정은 불교계에 집중됐다. 그는 봉천동 불교TV를 방문한 데 이어 저녁 땐 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영등포의 노숙자 시설 '보현의 집'을 찾았다. 이 전 시장은 저녁식사를 위해 이곳을 찾은 노숙자들에게 직접 배식을 하고 방한복을 입혀줬다.

지난 연말 직접 조계사를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에게 송년 인사를 했지만 8일 조계사를 다시 찾아 신년 인사를 또 하기로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전 시장이 불교계에 쏟는 관심은 그만큼 각별하다. 종교문제로 자칫 불이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방문에서 하룻밤 사이에 신흥사.백담사.낙산사 등 유명 사찰 세 곳을 찾은 적이 있다. 지방출장 때마다 기회가 닿으면 사찰을 찾아 아침공양(식사)을 스님들과 함께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불교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해 왔다. 한편 2일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천주교.불교.기독교를 넘나드는 행보를 하는 셈이다.

2일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3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택을 방문한 이 전 시장은 5일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찾는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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