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어느 쪽으로 가야 길 ~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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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점술 도구를 그래픽 처리. 모델=나재현, 의상 협찬=헤지스 레이디스

어릴 적 선머슴이란 소리깨나 들었습니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성격도 활달한 편이죠.
아니나 다를까, 서양점이나 동양점이나 보는 눈은 비슷하더군요.
사주에선 '강한 금(金)', 타로는 '전차', 별자리에선 '화성과 바람의 사람'이라고 하네요. 밝고 남성적인 사람. 성격 묘사도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여러분도 이맘때면 궁금하시지요. 나는 누군지, 올해는 잘 풀릴지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 주 week&은 '점(占)' 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고, 독자들을 위한 신년 운세 몇 가지도 준비했습니다. 맞다 틀리다 따지기보다는 재미로 한번 보자고요. 나는 누구이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점의 인기는 '넷심(心)'까지 사로잡았다.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3만8000명이 이 회사의 운세 사이트를 찾았다. "해마다 운세 보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1월 들어선 이용자가 두 배 이상 많아졌고요." NHN 이경률 대리의 말이다.

사람들이 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 이진희(32)씨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사주를 본다. "점괘를 100% 믿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마음을 정할 때 도움이 됩니다." 대학생 박지영(22)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점집을 찾았다. 박씨는 "점쟁이가 묘사하는 내 성격을 듣고서야 우리가 왜 맞지 않았나 알 수 있었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는 희망도 생겼다"고 했다. 회사원 이나경(38)씨는 최근 심리테스트와 점을 함께 봤다. "느낌이 비슷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준다고 할까요. 직장 동료와 왜 갈등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지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람들은 '미래의 나'를 알고 싶어 점을 보지만 사실 점은 '현재의 나'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점쟁이는 상담가와 역할이 비슷하다. 개인이 살아온 것에 대해 정리해주고 그 흐름을 읽어 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타로 점을 치는 하모(38)씨는 "타로 카드, 고객의 외양과 말투를 통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본다. 그 사람을 파악하면 어떻게 행동할지도 보인다"고 말했다. 점성학을 통해 본 자기계발서 '아테네 승리법'의 저자 이정일씨는 "사람의 성격이 결국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며 "점은 결국 자신을 알고 좋은 때를 기다리라는 '운(運)테크'를 조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점이 예측한다는 미래는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대전대 철학과 송인창(한국동양철학회 회장) 교수는 "사주가 70%를 정한다면 본인의 노력이 나머지 30%를 좌우한다"며 "누구를 가까이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갖는지가 운명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샨티대학원대학 이선화(한국 타로학회 회장)교수는 "타로는 무의식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카드로 보여 주는 것"이라며 "결국 마음 안에 모든 답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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