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명칭 로고·마크 통일 회사 이미지 심기 활 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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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의 기업. 이미지통일(CI)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품판매나 종업원들의 소속감 유지에 회사 이미지가 미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I는 영문인 Corporati I-dentiy의 준말로 회사의 명칭 또는 로고·마크 등을 통일해 제품에는 물론 광고·배지 등 회사를 표시하는 모든 곳에 적용함으로써 소비자 또는 종업원들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심어 주자는 것.
국내에는 80년대 들어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전문 대행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로 활발해지고 있다.
CI의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회사이름 바꾸기」. 이는 계열사 명칭을 통일시키거나 업종을 바꿀 경우, 또는 판매 촉진을 위해 주로 실시되고 있으나 단순한 분위기 쇄신을 위해 CI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벽산그룹은 올 들어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이름 통일」작업을 벌여 한국 건업은 벽산 건설, 정지 개발은 벽산개발, 정지 엔지니어링은 벽산 엔지니어링으로 각각 바꿨다.
이는 그동안 그룹 팽창과정에서 흡수·통합한 계열기업들의 이름을 그룹 이름으로 통일해 대외 신용 도를 높이고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붙어 넣기 위한 것.
같은 목적으로 동방생명은 삼성생명으로, 동방증권은 태평양증권, 한일증권은 한일증권,
한일은행 계열인 한흥 증권은 한일 증권으로 각각 소속된 모 그룹의 이름으로 물갈이했다.
삼도물산·제일제당 등은 업종과 관련, CI에 나선 케이스.
의류수출로 커온 삼도물산은 최근 전자·화학·금융 쪽으로의 적극적인 다각화에 나서면서 기존 이미지 탈피를 위해 아예 영문으로「SAMDO」라는 그룹의 명칭과 로고를 새로 정했다.
제일제당의 경우 제당 쪽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정밀화학으로 방향을 틀면서 명칭 변경에 고심했으나 워낙 제일제당이란 이미지가 뿌리깊어 국내용인 한글표기는 그대로 두고 국제무역과 연관된 영문 표기만「Cheil Foods and chemica-is」로 바꿨다.
그룹 명칭을 크게 히트한 상품명에 따라 바꾼 경우도 있다.
오디오 메이커인 동원전자와 식품 회사인 대한 종합식품은 각각 자사제품의 상품명인 인켈과 펭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분위기 쇄신을 목적으로 한 경우도 최근 크게 늘고있어 통일교 그룹사인 (주)통일의 경우 올들어 회사명을 세일 중공업으로 바꿨다.
이같은 경우는 특히 이름 외에 로고·마크 등 만을 바꾸는 업체들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칼기 피격사건 이후 회사 심벌과 로고를 바꿔 전열 재정비에 나섰고 삼성 중공업은 올 들어 무겁고 어두운 중공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밝고 산뜻한 심벌마크를 새로 제정했다.
CI 작업은 사내 설문조사를 거친 후 전문용역 업체에 용역을 맡겨 복수의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직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확정하는 것이 대부분.
전문 용역 업체에 맡길 경우 회사의 대표 심벌·마크·로고 등 기본 용역에는 3천만∼4천만원이 들지만 기본형 외에 그룹단위의 변형 로고·마크 등을 포함, 유니폼·서류양식·명함·간판 등 CI 일체를 맡길 경우 용역비가 2억∼3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CI수요확대로 최근 산업 디자인 계통의 전문용역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 현재 50여 개 업체들이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계의 추산으로는 95년 중 5백억 원대, 2000년까지는 1천억 원대로 시장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디자인 포커스의 구정순 사장(40)은『기업이 우선「생존」에만 관심을 갖지만 갈수록「개성화」와 「자기정체성」(Identity)의 필요를 절감하게 돼 CI를추진한다』며『특히 제품 차별화에 이어 회사차별화가 앞으로 심화될 전망이어서 자기 회사만의 이미지를 만들려는 CI는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부상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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