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기업인 불법 자금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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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가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측이 SK의 현금 1백억원 이외에도 다른 기업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단서를 포착했다고 11일 밝히면서 검찰과 한나라당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김영일 의원의 소환 예정일(12일)을 하루 앞두고다. 金의원과 한나라당 측은 "야당 흠집 내기"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특검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한 검찰의 화풀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과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단지 SK 이외의 기업에 불법 자금 단서가 있다는 것뿐이지 이 돈이 金의원과 관련이 있다는 단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하며 金의원 측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金의원의 변호사 등이 항의 전화를 해오자 "일부 보도 내용에 오해가 있다"고 해명도 했다. 그러나 결국 金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 나갈 수 없다"면서 12일 출두하지 않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수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검찰의 계획은 또다시 장벽에 부닥치게 됐다.

文기획관은 "이재현(구속)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수사에 비협조적인데다 李씨와 협의해 SK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최돈웅 의원도 계속 출석 요청을 거부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권의 수사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에 접근해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소환한 기업 임직원들에게서 일부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내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대검 청사를 찾아온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에게도 다시 한번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玄부회장은 주임검사인 남기춘 중수1과장에게 "정치자금 수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니 수사를 최단시간에 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南과장은 "기업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업들로부터 불법 자금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면 정치권이 버티더라도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 등을 밝히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金의원 소환과 관련해 "물어볼 것이 많다"고 얘기했던 검찰이 한나라당에 건네진 불법 자금 혐의를 추가로 찾아냄에 따라 정치권에 가해지는 압박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jooa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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