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거나 흐리거나 '복돼지 몰고 뛰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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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폭풍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가 지난해 12월 24일(한국시간)부터 2일까지 2~3일 간격으로 팀당 네 경기를 치렀다. 평소 주당 1~2경기를 치르는 점을 감안하면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세 명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도 이 기간에 동반 출격해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하지만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활짝 갠'이영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는 2일 포츠머스전(1-1 무승부)까지 네 경기 모두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이전까지 포함하면 리그 일곱 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다. 포지션 경쟁자 브누아 아수 에코토는 계속 벤치를 지켰다.

시즌 초반의 '찬밥 신세'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트레이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적어도 에코토와의 주전 경쟁에선 확실히 우위를 잡은 느낌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 불안도 불거지지 않았다. 최근 이영표는 과도한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좀 더 수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토트넘은 이영표의 출전과 동시에 상승세(4승1무2패)를 타며 리그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절반의 재기'박지성

부상에서 회복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지난해 12월 24일 애스턴 빌라전에 모습을 드러낸 뒤 27일 위건 애슬레틱전을 풀타임 소화하는 등 네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특유의 모습은 여전했다.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비켜가는 아까운 장면도 몇 차례 있었고,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2-2)에서는 전반 36분 교체 출전해 전반 끝나기 직전 골대를 맞히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라고 인정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경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4게임에서 6골을 폭발시켜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지만 골을 넣지 못한다면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울한 크리스마스'설기현

발톱 부상의 여파가 설기현(레딩)을 괴롭혔다. 에버턴전에서는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 없이 후반 교체됐다. 지난해 12월 26일 첼시전엔 결장했고, 31일 맨U전에는 후반 21분 그라운드에 나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레딩이 골 잔치를 벌인 2일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전(6-0 승)에도 후반 교체 출전했지만 골 맛을 못 봤다. 전 경기에 출전하며 공격을 이끌던 전반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확고했던 주전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설기현 대신 최전방에 나선 르로이 리타는 4골을 터뜨렸다. 설기현의 원래 자리였던 오른쪽 미드필더에도 글렌 리틀이 박혔다. 이들이 지금처럼 맹활약한다면 설기현은 당분간 교체 멤버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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