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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영토」 즉석언급/통역이 빼먹자 일 곤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 일 정상회담 이모저모/“해임된다면…” 질문에 “법앞 평등”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부부는 17일 일본방문 이틀째를 맞아 정상회담·기념강연·일반가정방문 등으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일 소 정상회담이 영토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 외무부는 3차 정상회담 후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공동성명이 순조롭게 작성될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
그러나 일본측은 17일 오후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당초 초안에 없던 「영토문제의 구체적 명시」가 있었던데 만족한 표정.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영토확정을 포함한 전쟁이 남긴 문제」라는 내용을 연설직전에 추가,일본 북쪽 4개섬 문제를 암시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일본측에 배려했다.
이처럼 연설내용이 달라졌음에도 이를 동시통역한 소련측 통역은 영토문제가 빠진 초안을 그대로 읽어 이를 기록에 남겨야하는 일본 국회사무국은 난처한 표정.
일본 국회는 소련대사관에 연설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한 원고를 내도록 요청,이를 공식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전하는 것으로 간접항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학생과 말한다」는 제목으로 일본 6대학 학생 3백여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강연.
그는 강연의 대부분을 과학의 중요성에 언급,『우리나라의 기초연구와 일본의 선진기술이 힘을 합쳐야한다』고 역설하는 한편,히로시마와 체르노빌의 비극에 대해 『과학자에게는 영특함과 앞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강연후 한 학생이 『페레스트로이카의 결과,대통령 자신이 민주적으로 해임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나는 민주적 개혁의 지지자다. 법앞에는 대학생도 대통령도 평등하다.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고 미소띤 얼굴로 답변.
○…가이후 일본 총리는 17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베푼 만찬에서 소설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소련에 자유의 세상이 다시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이후 총리는 만찬사에서 『파스테르나크는 인류를 위한 영원한 보물의 창조자』라고 격찬한 후 『닥터 지바고』중에서 소련에 또다시 자유가 올 것이라고 예견하는 말미부분을 인용.
○…고르바초프 대통령 부인 라이사여사는 이날 동경 스기나미(삼병)구의 일본인 가정을 방문,남편 못지않게 내조외교를 전개.
옅은 검정색 스웨터에 검정 스커트와 부츠차림의 그녀는 중산층 일본인 가정에 들어가 여주인의 안내로 집안을 둘러본 뒤 『평균적으로 일본인은 토지를 매입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기도.
그녀는 꽃모양의 칠기 세트를 선물하면서 『동경에 친구 하나가 생겼다』며 웃기도.
○…평소 번잡한 모습을 보이던 일본 최대의 어시장인 시스키지 시장에서는 17일 라이사여사를 맞아 좀처럼 보기 드물게 한때 휴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시장 종업원들은 일손을 놓고 환영하면서 라이사여사에게 넙치 한마리를 선물.
라이사여사는 이날 경호원과 기자들을 비롯,수백명의 환호 군중들에 둘러싸여 이 시장을 방문,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시장 종업원들에게 말을 건넸으며 한 가게에서 넙치를 치켜들자 이를 선물로 받았다고.<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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