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아버지 멋져 보였어요"|국내 첫 부자 외교관 탄생 박영철·종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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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내 최초로 부자 외교관이 나오게 됐다.
화제의 아버지와 아들은 17일 발표된 제25회 외무고등 고시에 합격한 박종대씨(31)와 현직 주 말라위(아프리카) 대사인 박영철씨(58).
『어려운 국제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고 당당하게 외교업무를 추진하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직업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85년부터 외무고시를 준비, 도전 여섯 번째만에 합격의 영예를 안은 아들 박씨는『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 있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아버님이 자랑스러웠다』며『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이런 아버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외교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시험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언어장벽 문제.
어릴 적부터 외교관인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외국 여기저기를 옮겨다녔기 때문에 한국어 구사 능력이 남들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국민학교 3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중학교 2년을 다녀야 했고, 고등학교는 터키에서 입학한 후 미국에서 1년 다니다 서울 신일 고에서 졸업했다.
79년 외교관 자녀 특례 입학 전형으로 연세대 정외과에 입학, 86년 졸업한 박씨는『국내 적응이 어려워 대학2학년 때 사병으로 자원 입대했는데 이때 겪은 군 생활이 국내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해외공관장 회의 때문에 지난 12일 입국, 체류중인 박 대사는『묵묵히 일하는 쓸모 있는 외교관이 되라』고 아들을 격려했다.
박 대사는 30년 전인 지난 61년 제13회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 미국 뉴욕 부영사·필리핀 영사·터키와 우간다 참사관 등을 거쳐 88년부터 말라위 대사로 재직중이다.
아들 박씨는『앞으로 통상 외교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 출신인 박씨는 박 대사와 어머니 신청자씨(52)사이의 3남1녀 중 3남.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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