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물가연동제 관철-노조원 구속 공동대응|3개 재야노동단체 합동공청회(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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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일께부터 본격화될 봄철임금협상을 앞두고 전노협·전국업종노동조합회의(업종회의)·연대회의 등 3개 재야노동단체가 「임금억제·노조탄압정책,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체로 합동 공청회를 3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봄철 임금인상 「투쟁」에 공동대응방안을 찾는데 목적을 둔 이날 공청회에서 5명의 발제자들은 『지금의 물가폭등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재벌들에 대한 금융특혜·선거자금 살포를 통한 통화량증가에 따라 이어진 것』이라며 『정부의 강압적 한자리수 임금인상 방침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정부의 잇따른 연대회의 간부 구속과 노동운동탄압에 대해 『올 임금인상투쟁을 초기에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라며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을 제의했다.
올봄 노사분규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움직임과 관련, 이날 공청회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윤윤규 kdi노조위원장>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11월에 비해 올들어 지난달 15일까지 4·9%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0%이상이라는 10년래 최대의 폭등현상을 기록함으로써 정부 통계상으로도 두 자리 수 상승이 확실하다.
해마다 임투시기가 되면 정부와 자본가는 한 목소리로 「임금인상-생산비상승-물가상승-실질임금저하-결국 근로자의 피해」라는 논리로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 자제를 요구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65∼77년 통계자료를 토대로 공산품 물가상승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실질임금이 10% 상승해도 제조업체에서 생산성증대를 통해 임금인상을 기업내부에서 흡수하기 때문에 공산품 물가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기업의 임금억제 논리는 전혀 이론적 근거를 갖지 못하는, 단지 근로자 공격용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이번 임투에서는 최소한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을 인상시켜야 한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 임금인상에 물가인상이 자동적으로 반영되는 물가임금연동제나 물가수당 신설이 고려돼야한다.

<정경철 대우자동차노조 법규부장>
정부는 88년 한때 노사자율을 강조한 적이 있으나 이는 폭발적인 노조운동을 무마하려는 제스처였을 뿐 89년초 풍산금속 사태에서부터 노조탄압이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대우조선에서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노사양측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백순환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를 구속하는 등 노동자책임론을 내세우고있다.
현 시점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남발하고 있는 무 노동무임금, 인사·경영권 교선 금지 등 불법적인 노동지침들이다.
우리는 올 임투에서 공동의 요구를 세워 나가며 사업장마다 요구액은 달라도 근로자의 생활과 권리를 침해하는 탄압은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

<현주억 전노협위원장 직무대행>
전노협은 올 상반기 투쟁일정과 사업방침을 ▲4월초까지 교섭돌입 ▲20일까지 공동임투방침에 대한 지역별 확대간부 결의대회 ▲22일께 노동절주간선포 ▲4월말 쟁의발생신고 ▲5월9일 쟁의돌입 등으로 잡고있다.
전체근로자 총 단결에 대한 구체적 상징으로 지난해 4월20일부터 한달 간 전노협과 업종회의가 공동투쟁을 벌였듯 오는 5월4일 노동절기념대회를 3단체가 공동주최하고 민자당창당일인 9일 동시쟁의에 돌입하는 계획을 적극 제안한다.

<권영길 업종회의의장>
전노협·연대회의·업종회의 등 3단체는 단결과 협력이 날로 강화되면서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심화되고 있으나 일반조합차원에서는, 특히 업종회의의 경우 긴박한 위기의식이 다소 엷은게 현실이다.
업종회의는 ▲3단체간 연락회의를 조속히 개최, 오늘 나온 제안들을 토대로 공동사업을 실천하기 위한 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5·1절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업종회의가 계획중인 업종문화제에 전노협·연대회의가 참석하는 등 단체별 행사와 투쟁에 서로 적극 참가하고 ▲3단체의 각 부문간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공동대응방안을 제안한다.

<임금교섭현황>
3월말 현재 국내산업현장의 노사분규는 52건으로 지난해(66건)에 비해 21% 줄었지만 노사분규의 선행지표인 쟁의발생 신고건수는 1백29건에서 1백67건으로 늘었고 생산차질액도 6백60억원에서 6백9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불안한 조짐이다.
봄철 임금교섭을 앞두고 한국노총은 17·5%, 전노협은 22·2%의 두자리 수 인상을 요구한데 비해 사용자측과 정부측은 7%안팎의 한자리수 인상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정부투자·출연기관에 대해서는 이달 안에 5∼7%선에서 임금협상을 매듭짓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상여금을 적게 지급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분규가 악화되면 직장폐쇄도 불사한다는 강경입장을 보여 노동계에 파문이 일고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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