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때문에 한·칠레 FTA 미룰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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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상정됐다. 다수의 국회의원이 내년 총선 때 농민표를 의식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그 비준안 동의를 미루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더 큰 국가이익을 위해 이 동의안은 반드시 이번 회기 내에 처리돼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먹고 사는 토대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의 공산품을 해외에 더 좋은 조건으로 더 많이 팔아야 우리의 경제가 지탱되고 발전할 수 있다. FTA협정은 당사국 간 무역차별의 벽을 낮추는 조건을 규정한 것이다. 이 엄연한 현실을 국회의원들이 외면한다면 국회의원들은 눈앞의 자기이익만 좇는 정상배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극심한 불경기 속에서도 그나마 수출이 있었기에 3%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회의원들은 직시해야 한다. 칠레 등 세계 곳곳에서 우리 상품에 대한 차별의 벽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칠레는 우리에게 상당한 규모의 잠재시장일 뿐 아니라 칠레가 FTA를 맺고 있는 미국과 중남미, 그리고 유럽연합(EU)에 대한 관문으로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WTO)의 다자간무역협상이 좌초된 상태라는 점도 우리가 FTA를 돌파구로 삼아야 할 이유다.

우리의 실추된 대외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4년을 끌어 타결된 한.칠레 FTA가 국회에서 비준안을 동의하지 않자 이를 기다리다 못한 칠레 상원도 그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이런 지체 현상이 장기화할수록 양국 FTA뿐 아니라 멕시코.싱가포르.일본 등과의 FTA 제안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한.칠레 FTA 체결에 대응해 '선 대책 후 비준' 원칙에 따라 산업부문별 피해 보상을 포함한 FTA 이행특별법을 마련했다. 미흡한 대책은 따로 보완하면 된다. 한.칠레 FTA가 한국 최초의 FTA라는 의미와 더불어 우리의 개방정책에 대한 의지 천명이라는 차원에서 그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