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 우선 근시안적 발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민법 제5조에 만20세를 성년의 나이로 규정하고 있어, 19세 이하는 미성년자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에서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미성년자보호법」이다. 동법제2조에는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는 유흥장·유흥접객업소·사행행위장·유기장 등에 출입하는 행위」를 미성년자들에게 금지시키고 있으며, 성인들이나 업소는 이를 위반하였을 때 응분의 벌칙을 받아야함을 제6조와 제7조에서 명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치안본부에서 유흥업소 출입을 현행 20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은 「품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마련하다 여론에 밀려 철회하기로 했다고 한다. 치안본부의 주장은 『현재 18, 19세는 대부분 고교졸업자로 유흥업소 출입을 제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유흥업소 출입제한 연령을 l8세미만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문제로 「근로기준법」에는 18세 이상은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 위험한 사업을 제외한 직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돼있고 (제51조) 동법시행령 제43조 (56)항에는 「주석에서 접대하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취업할 수 있도록 돼있어 미성년자는 유흥업소에 「출입」은 할 수 없어도 「취업」은 할 수 있는 모순을 안고있다.
우리는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로 전이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이 가장 고민스럽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하나가 이러한 상충되는 가치관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위의 문제에서 우리는 취업보장이 우선이냐, 청소년선도가 우선이냐의 상충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과연 현재 우리가 택할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그 법이 시행됨으로써 국민의 대다수가 이익을 볼 수 있는가 하는 기준이고 둘째, 이러한 입법의 주체 및 절차가 논리상·도덕상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18세 이하로 연령을 낮출 경우 청소년을 가진 국민 대다수가 이익을 볼 수 없음은 물론, 그렇다고 이 법이 통과된다고 18세 이상의 청소년들 자신이 유흥업소를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어떤 자부심을 보장해 준다고 할 수도 없거니와, 또한 이러한 조치가 청소년들의 취업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발상이 됐다면 이는 당연히 노동부가 주선해야 법의 입법 절차상 합당하다.
만일 이러한 기준을 도외시한 발상이라면 이를 단속하는 경찰의 편의나 유흥업소의 업주에게 더 이익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고 강변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최근의 유흥업소 출입제한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는 이러한 행정편의주의 또는 일부집단을 위한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필자는 미성년자들에게 유흥업소 출입을 허용하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만일 18∼2O세의 자식을 가진 국민의 입장에서, 혹은 어버이의 입장에서 한번만이라도 생각을 했었다면 과연 이러한 발상이 가능할 것이며 또한 국민의 여론에 밀려 취소하는 사태가 있었을 것인가 다시 한번 묻고 싶을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