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책」시대 문 활짝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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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원사가 본격적인「보는 책 시대」를 선언하고 88년부터 펴내고 있는 시리즈「빛깔 있는 책들」이 지난 달말 고미술분야의『단청』(임영주 글·김대벅 사진) 출간으로 마침내 1백종 간행 기록을 돌파했다.
「빛깔 있는 책들」은 대원사가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88년6월 민속분야의『짚 문화』(인병선 글·사진)를 첫 책으로 선보인 이래 매년 평균 50종씩을 간행해오고 있는 일종의 컬러 북 시리즈로 우리주변의 전통 및 생활문화 전반을 내용상의 주제로 하고 있다.「빛깔 있는 책들」이란 시리즈이름은 올 컬러 제작의 이미지와 자기빛깔을 갖는 한국전통문화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 이 시리즈가 지금까지 다룬 분야별 목록의 가짓수를 보면 ▲「민속」이『짚 문화』『유기』『농기구』『촛대』등 19종 ▲「고미술」이『한옥의 조형』『문방사우』『옛 책』등 20종 ▲「불교문화」가『불상』『옛 절터』『불화 그리기』등 20종 ▲「음식일반」이『전통음식』『팔도음식』등 7종 ▲「즐거운 생활」이『다도』『서예』『오디오』등 19종 ▲「건강생활」이『요가』『기공』등 7종 ▲「한국의 자연」이『집에서 기르는 야생화』『한국의 텃새』등 8종이다.
권당 2백자 원고지 2백장 분량의 본문에다 1백컷 이상의 원색사진을 곁들여 본격적인「보는 책」으로서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다른 책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제작비에도 불구, 대중보급을 위해 값(2천8백원)을 매우 저렴하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 면에서도 꽤 괜찮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간행된 1백종의 책들 가운데 초판 3천부를 모두 소화하고 재 인쇄 이상에 들어간 것이 57종. 그중『한옥 조형』『사원건축』『다도』『요가』『한국의 정자』『동양란 가꾸기』등 6종의 책은 이미 3쇄판을 내놓았다.「빛깔 있는 책들」시리즈의 또 하나의 특징은 컬러 북에 걸맞은 화려한 강정과 독특한 판형이다. 특히 국18절판의 판형은 1백여 컷이나 소요되는 원색사진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기획된 것으로, 양면을 펼치면 가로세로 길이의 비율이 35밀리 슬라이드와 꼭 들어맞게 돼있다.
이 같은 제작상의 몇 가지 공로를 인정받아「빛깔 있는 책들」시리즈는 한국출판학회의 기획·편집상(90년), 불교출판문화상의 디자인 부분상(90년), 한국일보에서 제정한 한국출판문화상의 문고 부문상(91년)을 받는 등 많은 수상기록을 세웠다.
「빛깔 있는 책들」시리즈의 기획 총책임을 맡고 있는 박찬중 주간은 앞으로 나올 1백1종째부터는 현재 권당 2백장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본문분량을 2백50장 정도로 늘려 내용을 심화시키는 한편, 강정도 각 권마다 독자적인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꿔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그 동안 수집했던 독자설문카드의 분석결과에 따라 중·고등학생들에게까지 독자층을 확대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내용소재를 무리의 전통문화나 생활문화에 한정시키기 않고 몽골·티베트·실크로드·일본 속의 한국문화재 등 해외 동양권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재일 역사가 김달수씨에게『일본 속의 한국문화재』전3권 원고집필을 이미 의뢰했다고 밝힌다.
「민속」「고미술」「불교문화」「생활문학」분야에 걸쳐 37종을 편집 진행중인「빛깔 있는 책들」은 최근 일본 NHK 출판부와 지금까지 간행된 1백종의 일본어 번역판권 계약을 체결, 우리 출판문화의 해외진출에도 한몫을 담당하게 됐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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