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중화 "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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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악의 멋과 흥을 시대 감각에 맞게 되살리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고유의 전통음악과 춤이 재즈음악 및 재즈댄스와 어우러지는가 하면 국악 풍의 성가·동요·가요가 국악관현악단에 의해 연주되는 등 국악의 대중화 내지 생활화를 겨냥하는 공연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0일과 31일 동숭아트센터 대 극장에서 벌어진 서울 가무악의「소리의 환상」은 진도 셋김굿·동해안 오귀굿의 인간문화재들이 한국·일본 재즈연주자들과 함께「프리 뮤직(Free Music : 전위적이며 탈 관습적인 즉흥 연주음악)」형태의 굿판을 펼친 것으로 6백석의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을 열광시켰다.
박병천씨(진도 씻김굿 인간문화재)의『씻김굿』, 김석출씨(동해안 오귀굿 인간문화재)의『푸너리』, 최종회씨의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북소리』로 구성된 첫째 마당에 이어 일본의 정상급 재즈연주자 야마시타 요스케·가즈토키 우메즈 및 한국 재즈드럼연주자 김대환씨가 한일의 음악적 만남을 형상화시킨『첫 가교』『고물』등의 둘째 마당을 펼치고 이어 9명의 출연자 전원이 함께 무대에 나서 셋째 마당을 꾸몄다. 장구와 재즈피아노, 호적과 재즈클라리넷 등이 장단과 가락을 주고받으며 국적을 뛰어넘는 즉흥연주의 묘미를 선보였다.
한국전통예술연구보존회(김덕수패 사물놀이)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4월22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전용극장인 라이브하우스 난장에서 사물놀이 페스티벌을 펼치고 있다. 참가한 사물놀이 패들이 종래의 사물놀이연주 외에도 기타·피아노·재즈색스폰·재즈댄스 등과 실험적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국악가요의 날」무대에는 조영남·위일청·이동원·주병선·문희옥 등의 대중가수들이 출연해 이병욱 작곡『순돌아』『산소리』『가시버시 사랑』, 이준호 작곡『님 왔다 가신 자리』『여름새벽』, 김민기 작곡의『늙은 군인의 노래』『강변에서』『아침이슬』, 김용만 작곡의『꽃을 위한 피아니시모』『간다, 나의 사랑』등을 부른다.
지난 89년부터 매년 국악과 가요를 접목시키는 공연으로 호평 받고 있는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동요와 국악성가 등 다양한 창작 곡들을 개발하여 국악인구의 저변을 넓혀 왔다. 올 가을에는 현대가곡을 국악관 현악으로 편곡해 국악인이 창으로 부르는 국악가곡 공연, 판소리『수궁가』를 국악관현악단과 양악 오케스트라가 합동 연주하면서 국악인이 오페라 아리아처럼 부르는 이색 공연 등을 마련할 예정.
국악공연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데는 중앙국악관현악단도 매우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87년 무용음악·극음악·종교음악·영상음악 등으로 창단 공연을 가져 국악계에「충격」에 가까운 파문을 일으킨 이래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만남, 피리·가야금·대금·중국적·일본 샤쿠하치 등의 독주 악기와 국악관현악의 어울림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같은 국악공연들은 대체로 관객동원에 성공함으로써「국악의 활로를 여는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그 개념이 모호하며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한명희 교수(서울시립대)는『다소 어설프더라도 이 시대에 맞는 국악공연양식을 찾아내기 위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들이 활발히 벌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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