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빙그레전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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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쌍방울은 상위팀들의 덜미를 물어 패권향방을 좌우할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신생팀이어서 투수의 구질, 작전 등이 간파되지 않아 시즌초반 돌풍을 몰고 올 태세다.
강하고 빠른 미국식 야구를 추구하는 쌍방울은 국내 8개 구단 중 가장 착실한 동계훈련과 스프링캠프를 실시, 시즌 개막일에 팀 전력을 극대화시킨 과학적인 야구 운영의 모범을 보였다.
쌍방울은 겨울철 하와이 전지훈련을 통해 실전에 가까운 연습으로 기량을 극대화하고 지난해 플로리다 교육리그참가로 선진야구와 빠른 볼에 익숙해 있다.
쌍방울 타자들은 최근 빙그레 투수 중 가장 볼이 빠르고 안정됐다는 송진우를 두들겨 강판시켰다. 또 7회초 1번 김호가 우전안타로 1루에 나간 후 2번 조용호의 깊숙한 중견수 플라이 때 일반 선수들이 실행치 못하던 언더베이스 시도로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에 진루, 결국 득점하는 한 단계 높은 플레이까지 구사했다.
쌍방울은 기세가 하늘로 치솟고 있지만 엷은 선수 층으로 체력전으로 나서는 여름철에는 하위권으로 처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참패로 신생 쌍방울에 오히려 한수 배워야 할 입장이 돼버린 빙그레는 지난 9월 영구 감독설로 팀웍이 와해된데다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회피로 팀의 구심점 및 목표지향이 산만해져 있는 상태.
빙그레는 걸프전쟁으로 취소된 해외전지동계훈련을 날씨 등을 고려치 않고 국내에서 강행, 유승안 김상국 강정길 장종훈 등이 부상으로 시달려 문제점을 드러냈다.
86년 빙그레가 외인부대로 구성, 프로무대에 나섰을 때와 쌍방울의 출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쌍방울의 기량과 투지는 놀랄만하다.
쌍방울은 정신력이 승리를 낚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임을 입증한 셈이다.
빙그레 김영덕 감독도 『쌍방울의 기세가 놀랍다. 선수들의 타격자세가 날카로웠으며 정신력에서 앞섰다. 조규제의 구질을 파악 못해 고전했으며 내야수비의 기민함은 올 시즌 많은 이변을 낳을 것 같다. 우리 팀의 연습부족과 부상선수가 많은 것도 패인의 하나다. 우리의 완패다』며 쌍방울의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전=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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