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내달께 선보일 미국産 '엔브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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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이 난치성 류머티스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 류머티스학회에선 기존 치료제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 난치성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엔브렐을 투여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됐다. 엔브렐을 기존 치료제인 메토트렉세이트와 병합 투여한 결과 통증과 부기로 정상생활이 불가능했던 환자의 37%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완치됐다는 것.

완치까진 아니지만 증상이 좋아졌음을 의미하는 임상적 지표(ACR 점수 20 이상)의 호전도 85%에서 나타났으며 80%에서 관절의 엑스선 촬영 결과 질병의 진행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임상시험을 주도한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의대 데지레 하이데 교수는 "임상을 통해 엔브렐이 난치성 류머티스관절염의 표준치료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엔브렐은 1989년 미국의 생명공학벤처 암젠의 전신인 이뮤넥스가 개발한 신약. 98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거쳐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0만여명의 관절염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과 달리 유전공학기법을 통해 단백질 입자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사상 최초의 생물학적 관절염 치료제다. 치료 원리는 류머티스관절염의 염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인 종양괴사인자(TNF)의 작용을 차단하는 것. 당뇨환자의 인슐린 주사처럼 일주일에 두 차례 피하주사한다.

우리나라엔 임상시험을 거쳐 올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거쳐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국내 임상시험을 주도한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효능을 조사한 결과 86.7%에서 증상 호전이 관찰됐다"며 "지금까지 개발된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가운데 효능이 가장 좋은 약물"이라고 평가했다.

관절통과 부기로 꼼짝없이 누워 지내던 환자가 투여 한 달 만에 증상이 좋아져 골프를 친 사례도 있다는 것. 증상이 좋아지면 일주일에 두 차례 주사에서 한 달에 한차례로 용량을 줄일 수 있다.

단점이라면 약값이 비싸다는 것. 엔브렐의 시판을 맡고 있는 한국와이어스는 "대량 생산이 어려운 생물학적 제제이므로 연간 약값이 1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인 셈이다. 드물지만 부작용도 있다. 투여기간에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이나 폐렴 등 감염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환자에게 꿈 같은 효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란 것도 흠이다.

배상철 교수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워낙 고가의 약물이므로 기존 치료로 반응이 없는 난치성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랜도=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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