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원 24명 17일째 억류/지난달 21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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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베트남부근서 해적에 피랍/전원 무사… 1인당 10만불 요구/파나마적 선702호,외교경로 통해 석방교섭
【부산=정용백기자】 한국인 송출선원 24명을 태운 원양참치잡이 어선인 파나마선적 선702호(3백12 t급·선장 서안성·38·부산시 대신동1가 107의 2)가 베트남부근 공해상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돼 17일째 억류중이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이 어선은 지난달 21일 오전 8시30분쯤 동경 1백7도53분 말레이시아 인근 말래카 해협 동북부해상을 지나던중 베트남인으로 보이는 무장괴한 5명이 탄 해적선에 의해 납치됐다가 소식이 끊긴지 14일만인 3일 오후 5시쯤 선장 서씨가 피랍사실을 선원송출회사인 부산시 초양동 (주)대신해사에 무선전화로 처음 알려왔다는 것이다.
선장 서씨는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1일 오전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뒤 3일 현재까지 선박과 함께 선원 24명이 모두 억류돼 있고 괴한들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선원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전해왔다. 괴한들은 선원 1인당 10만달러씩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관리선사인 (주)삼영어업과 대신해사는 피랍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직원을 현지로 급파하는 한편 외무부측과 협의,외교경로를 통해 교섭중이다.
◎75년 이후 전재산 실은 월난민 공격/말래카해협서 빈발,한국 작년 10건(해설)
한국인 선원 24명을 태운 파나마선적 원양참치어선 선702호의 납치사건은 한국선원이 승선한 선박이 통째로 납치된 첫 「해적사건」이다.
이제까지 발생한 동남아에서의 해적사건은 주로 베트남 난민선이 대상이 돼왔다.
75년 베트남 패망이래 태국·말레이시아 근해에서 출몰한 해적들은 전재산을 싣고 항해중인 베트남 난민들을 납치의 주목표로 삼았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말래카해협은 암초가 많아 해적들의 주활동무대로 알려진 곳이다.
폭 1.2㎞,길이 8㎞인 말래카해협은 한국·일본·홍콩 등 동아시아로 항해하는 선박들이 거의 대부분 거치는 해역이다.
이들 해적은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시속 12∼15노트의 소형쾌속정을 타고 목표선의 고물쪽으로 신속히 접근,권총·칼·망치 등을 휘두르며 선원들을 신속히 제압하는 것이 특징이다.
말래카해협 및 남중국해 해적들은 지금까지 태국·말레이시아 및 베트남인들이 소규모로 해적단을 형성,이 해역을 지나는 소규모 선박에 대해 해적행위를 해왔다.
유엔 남민고등판무관실은 지난 82년 8월 말래카해협의 해적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태국정부에 3백50만달러를 긴급 지원한 바 있다.
한국선박들은 지난해만 해도 현대6호가 1월 말래이해협 부근에서 칼등으로 무장한 해적 4명에게 3천불을 빼앗기는등 모두 10건의 해적피해를 당한 바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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