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신발-설인 스포츠|뒷굽 없어 평지서 등산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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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술 작품에 「파격의 미」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보통 생활용품에는 통하지 않고 그것이 신발이라면 뒷굽이 있는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아예 신발에 뒷굽을 없애고, 없앤 정도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뒷굽 부분을 오히려 속으로 파놓았다면 적어도 우리 상식수준의 신발은 아니다.
설인 스포츠의 박영설 사장 (40)은 상식을 역으로 뒤집어 바로 이같은 신발 아닌 신발을 만든 장본인.
브랜드의 이름 역시 반대·모순의 뜻을 담고있는 영어의 패러독스를 줄여 「파라드」라고 붙였다.
『계단을 오를 때면 주로 발의 앞부분만을 딛고 올라가기 때문에 평지를 걷는 것보다 많은 운동이 되지요.「파라드」는 평지를 걸을 때도 산을 오르고 계단을 오르는 운동 효과를 주는 건강 신발입니다.』
뒤 굽이 없는 관계로 신발을 신는 순간 자연스럽게 하체에 힘이 가고 걷거나 뛰게되면 경사 15도의 산길을 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박사 강의 설명이다. 즉 이 신발을 신고 5분만 걸어도 보통 운동화로 50분간 걷는 것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박 사장이 뒤 굽 없는 신발에 착안한 것은 9년여 전. 어느날 정전이 된 아파트를 10층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숨이 헐떡거리자 평지에서도 계단을 오르는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신발의 개발을 착상하게 됐다. 결국 8년간의 연구 끝에 시제품 개발에 성공, 지난해 5월 자본금 1억 원의 설인 스포츠를 설립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신발 밑창의 어느 부분부터 뒷굽 쪽으로 속을 파내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잘못하면 굉장히 불편하거나 심지어 뒤로 넘어질 수 있으니까요.』
뒤 굽 없는 신발은 이미 지난해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고 현재 미·일등 선진국에도 특허출원을 해놓고 있다.
작년 6월 KOEX전시회에서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후 지난 2월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천연 가죽으로 만들어 켤레 당 4만6천2백∼5만6백원으로 다소 비싼 편인데 올 한해동안 내수 30억원, 수출 20억원의 목표를 잡고 있다.
설인 스포츠의 직원 수는 모두 38명으로 영업·관리사원만 있고 생산은 박 사장의 형이 운영하는 부산의 천일실업에서 담당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오래 전부터 각종 운동 기구를 취미 삼아「발명」해 3∼4개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데 오는 4월부터는 운전자용 드라이브 신발이라는 신상품을 또 선보일 계획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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