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본 강간범에 첫 실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성폭행은 개인 뿐 아니라 사회법익까지 침해”/친고죄배제 적용
피해자와 합의해 고소가 취소된 강간범에게 신설된 특가법상의 특수강간죄가 처음으로 적용돼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송기홍 부장판사)는 1일 가정주부를 집에 태워다 주겠다며 승용차로 유인,성폭행한 김정운 피고인(35·상업·서울 상계동)에게 피해자의 고소취소에도 불구하고 특수강간죄를 적용,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현장에서 망을 본 김병섭 피고인(35)에게는 징역 2년6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피고인등은 1월24일 오전 6시쯤 서울 서부이촌동 강변맨션 앞길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정모씨(34·주부)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쏘나타승용차에 태워 서울 여의도동 미원빌딩 앞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뒤 피해자 정씨의 고소로 구속됐었다.
김씨등은 그 뒤 피해자 정씨에게 5백만원의 위자료를 주기로 합의해 2월6일 고소가 취소됐으나 검찰은 이들에게 특수강간죄를 적용,기소했었다.
형법상 강간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취소될 경우 공소권이 없어지거나 법원에서 공소기각돼왔으나 금년 1월1일부터 새로 시행된 특수강간죄는 친고죄에서 제외됐었다.
특수강간죄는 「흉기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의 범행일 경우」를 적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거의 모든 강간범이 특수강간죄 적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강간죄는 사실상 친고죄에서 제외된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금까지 강간죄를 개인적 법익(정조권)의 침해를 보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면 처벌되지 않았으나 신설된 특수강간죄에 따라 강력범죄가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행은 개인적 법익 뿐만 아니라 사회적 법익까지 침해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실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특수강간죄는 법정형이 5년이상으로 되어있으나 김피고인등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참작,2년6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