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도 없고 대책도 없고…/말 뿐인 「교통영향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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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형건물 혼잡유발 손 못써/기관마다 측정치 크게 달라
신축건물에 대한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하다.
대형건물의 신축으로 인해 날로 심각해져가는 대도시 교통정체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87년 도입한 교통영향평가제도는 평가기관에 따라 사업시행지 주변의 교통량 측정치 및 예측·분석이 최고 2∼5배까지 차이를 보여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다 대량 교통유발에 대한 규제나 조정기준이 없어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87년 이후 심의한 교통영향평가는 모두 2백60건으로 이중 서울시의 조정·축소 등 규제를 받은 사업은 거의 없는 실정. 이 때문에 호텔·백화점·오피스텔 등 대형교통유발 건물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는 강남지역의 경우 95년께엔 교통문제가 심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 부재=서울 대치4동 892에 신축계획인 포항제철의 45층짜리 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4월 교통영향평가때 인근 9개 교차로의 차량지체시간이 90년 기준 54.6∼78.7초에서 완공후인 95년에는 하루 3만5백74명의 신규 교통인구가 발생,3백8.8∼4백77.9초로 6배나 혼잡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삼동 677의 20층 규모 해태빌딩도 지난해 2월 교통영향평가에서 90년 기준 32.8∼95초에 불과한 인근 8개 교차로의 차량지체시간이 완공후인 96년에는 최고 5백19.2초의 극심한 체증을 빚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현재의 교통영향평가는 평가대상 사업만 명시해 놓았을 뿐 교통유발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없다.
◇평가 부실=지난해 상반기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한 서울 역삼동 603 노보텔 앰배서더빌딩과 해태빌딩은 지하철 강남역일대 차량지체시간을 90년 기준 각각 40.5초,86.5초로 측정해 2배의 편차를 보였다.
특히 이들 빌딩이 완공된 후인 96년을 기준으로 분석·예측한 차량지체도시간은 해태측은 4백29.5초,노보텔 앰배서더측 95.1초로 무려 5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한편 지하철 역삼역일대의 차량지체도는 노보텔 앰배서더측이 90년 기준 41.4초로 평가됐으나 역삼동 164 정덕오피스텔은 5배가 넘는 2백20.2초로 각각 다르게 평가됐다.
◇제도미비=현 교통영향평가는 광역지구단위가 아닌 개별 사업 및 건축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돼있어 대형 교통유발 건물의 밀집신축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강남지역의 경우 포철 빌딩을 비롯,올해만도 20층 이상 건물 10여개소가 신축을 계획하고 있는데다 수서·대치 및 분당 등 개발 영향으로 95년께면 교통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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