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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이 높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나라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걱정이 많았던 한 해였다. 5월 31일 치러진 지방선거로 4년간 지역 살림살이를 이끌어 갈 지방정치인(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이 새로 뽑혀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한 해는 지방정치인들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지역뉴스도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병술년(丙戌年)을 마무리하면서 1년간 중앙일보 프리미엄에 소개됐던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지역의 주요 뉴스들을 정리해 본다.

1 이훈구 양천구청장
출범 2달만에 구속파문

지난 5월 민선 4기 지방선거로 김도현 강서구청장과 이훈구 양천구청장 체제가 출범했지만 이 양천구청장의 구속과 권한대행 체제 출범은 단연 양천지역의 톱뉴스였다.
양천호의 선장을 자임, 7월 임기를 시작한 그가 출항 두 달여만에 '검정고시 대리시험' 혐의로 구속되자 양천구는 침묵에 잠겼고, 지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0월 구속기소된 이 청장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강서양천시민연대 등이 이 청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하는 등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은 없다.
하지만 이 청장의 사안과 별개로 양천구의 현안사업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 안승일 권한대행(부구청장)은 "청장의 부재와 관계없이 1등 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가장 성공한 자치구의 반열에 오르고자 전 공무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 구 행정의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일축했다.

2 서울의 새 강자
부동산·교육1번지

10여년 전과 비교해 목동의 변화는 눈부실 정도였다. 일단 높이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으로 뒤덮여 스카이라인 자체가 달라진 목동은 틈만 나면 부동산·교육계의 뉴스거리가 됐다.
고층으로만 높고 보면 2003년 완공된 목동의 현대하이페리온1은 69층으로 한동안 국내 최고층을 자랑하던 여의도의 63빌딩을 단숨에 눌렀다.
3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오피스텔을 비롯 현대백화점·행복한세상 등 대형쇼핑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목동은 주거·업무·상업중심지로 급성장중이다. 지금까지 'No.2'였던 목동의 지위도 변하고 있다. 목동은 서울 서남부지역의 고급 주거단지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강남'이란 절대강자(?)에겐 언제나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강남권이 강남·서초·송파구 등 '우량종목'를 앞세워 높은 부동산 상승세를 주도했다면 목동은 양천구의 최고 블루칩이 됐다. 주민들 사이에서 "강남 부럽지 않다"는 말은 이제 쉽게 들리는 소리가 됐다.

3 병·의원 러시
의료명당 '오목교'

올들어 오목교 전절역 주변 일대가 새로운 의료기관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주거최적지로 떠오른 목동을 겨냥, 오목교역 주변으로 병·의원들이 잇따라 개업하는 사례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양천구 목동의 의료 최강자는 두말없이 1993년 7월 문을 연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첫손 꼽혔다. 785병상의 종합병원으로서 이 지역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5호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오목교역이 출구를 트면서 병·의원들이 움직임이 빨라졌다. 현재
700여 병·의원을 둔 양천구에서 오목교 전철역을 중심으로 목·신정동에 주소를 둔 병·의원은 141곳. 20%를 웃도는 병·의원이 이곳에 몰려 있다. 오목교 주변에 문을 연 병·의원 141곳 가운데 80%인 114곳이 96년 이후 개원한 병·의원이다.
올들어 그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힘찬병원이 지난 8월초 오목교 역 4번 출구 옆에 새 병원의 문을 열었고, 자생한방병원의 3번째 분원인 목동자생한병원도 같은 달 오목교역 6번 출구 앞에 위용을 드러냈다. 두 병원을 비롯, 올들어 개원한 병·의원이 모두 15곳에 이른다. 오목교역이 의료기관으로선 최고 명당으로 부상한 것이다.

4 변신 준비
'스카이시티' 김포공항

서울의 관문인 김포공항은 하반기 들어 빅뉴스를 알렸다. 국제공항의 위상을 인천 영종도에 넘겨주고 스카이시티란 간판을 내걸어 지역상권의 중심축이 되더니 이제 복합쇼핑몰과 골프장까지 갖춘 테마공원 '스카이파크'로 비행하겠다는 것.
스카이파크는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앞 5만9000여평에 2011년까지 들어선다. 지상 9층, 지하 5층 규모로 3138억원이 투자된다. 백화점(7020평)과 호텔(2902평)은 물론 11개의 상영관을 갖춘 2470석 규모의 영화관이 준비돼 있다. 백화점과 별개로 6000여평 규모의 할인점과 1만4000여평의 쇼핑몰, 5100여평의 전문점까지 망라돼 있다.
공사 측은 3단계로 김포공항 활주로 옆 부천쪽 지역 8만5000여평을 더해 32만평에 정규 18홀, 대중 9홀의 골프장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5 주민최대 숙원사업
속타는 지하철 9호선

지하철 9호선의 개통은 지역주민들의 최대 숙원이다. 그러나 9호선 노선이 확정되고 나서 착공도 늦었지만 이젠 언제면 완공될 지 공사지연이 반복돼 도무지 개통시기를 종잡을 수 없다.
지하철 9호선은 김포공항에서 시작해 여의도를 거쳐 반포~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을 경유, 송파구 방이동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그동안의 지하철 사각지대를 아울러 서울의 강남을 동서로 연결하는 총연장 38㎞의 노선이다.
김포공항에서 강남대로까지 25.5㎞ 1단계 구간이 현재 3조337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에 있다. 그러나 그 공사는 현재 지지부진이다. 당초 9호선 1단계 구간의 완공연도는 내년 말이었다. 하지만 착공 이후 사유지 보상 협상 부진, 정부지원 예산 삭감 등의 영향으로 조금씩 공사가 늦어져 개통은 다시 2008년 말로 미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어렵다. 내년 공사에 필요한 예산확보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2008년 완공을 공언하고 있지만 순조로이 사업이 진행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6 소외된 이웃의 더 큰 사랑
위안부 할머니 아름다운 기부

연말 한 위안부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은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스스로도 군색한 처지였던 황금자(82·강서구 등촌동)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였다.
황 할머니는 자신에게 지급되는 종군위안부 생활안전지원금 등을 아껴 모은 4000만원을 11월 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황 할머니는 11평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사실상 평생 모은 황 할머니의 재산은 재단법인 강서구장학회에 전달됐다. 강서구장학회 기금은 황 할머니의 기부로 기금이 3억4000만원으로 불었다. 장학회는 매년 한 학생에게 '황금자 여사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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