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과오 참회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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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선대가 저지른 역사적인 과오를 씻기 위해 후대가 참회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습니다』안중근 의사 81주기 추모식에 참석차 박삼중 스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사이토 (사진·재등태참·55) 일본 대림사 (궁성현 고류정) 주지 스님은 국경·종파를 초월한 안 의사와 지바 도시치 (간섭십칠·당시 27세·육군 헌병) 간수강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순 감옥에 있을 당시 지바씨의 눈에 비친 안 의사는 민족의 독립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몸바친 청결한 인격의 소유자였으며, 그의 평화를 기원하는 고매한 이념에 지바씨는 크게 감동하고 말았다.
안 의사 또한 당시 일본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지바 간수장의 인간적인 보살핌에 답하는 뜻으로 처형 (1910년3월26일)하루 전날 그에게 「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일문의 붓글씨를 선물로 남겨줬다.
그후 지바씨는 고향인 와카야나기초에 돌아와 이 필적과 영정을 불단에 모셔놓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안 의사에 대한 추모의정은 지바씨가 죽은 뒤 그의 부인에 의해 계속 이어졌고, 부인마저 세상을 떠나자 이번에는 지바씨의 양녀인 조카 미우라 여사 (71) 에 의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바씨와 그 부인에 이어 3대째 안 의사를 가신으로 모셔오고 있는 미우라 여사는 건강관계로 이번 방한단 일행에는 동참하지 못했다.
안 의사의 영정과 친필비석이 봉안돼있는 대림사에 대한 성역화 계획은 지난해 10월 박 스님이 이곳 대림사를 방문하고 나서 부터.
박 스님은『일본인들은 안 의사가 국가 원수 살해범임에도 불구하고 기념비를 세우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는 등 안 의사 추모 사업에 열성을 쏟고 있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여기에 별로 관심조차 갖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의 감회를 설명했다.
그후 박 스님은 곧바로「안중근 의사 추모 기념비 보존 및 대림사 경내 성역화 추진 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성역화 계획을 추진해나갔다.
이 계획에는 대림사 경내에 별도의 사당을 짓고 비각을 세우며 사찰 주변을 공원화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소요될 약2억원의 예산은 영도건설 이병문 사장 (58)이 전액 지원하기로 약속돼 있다.
일본 전후 세대들의 경우 안 의사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림사에 그의 영정이 모셔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대부분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사이토 스님은 밝혔다. 5박6일의 일정으로 23일 한국에 온 이들 일행(4명)은 그 동안 불국사·전방 견학, 그리고 28일의 안 의사 추모식 참배 등을 마치고 28일 돌아갈 예정이다. <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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