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앵카레 추측' 100년 만에 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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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올해의 10대 과학 연구 성과 중 세계 수학계의 7대 난제로 꼽혔던 '푸앵카레 추측(Poincare conjecture)'이 증명된 것을 1위로 꼽았다. 이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었다. 푸앵카레 추측은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1904년 처음 제기한 것으로 100년이 넘도록 증명되지 않았다. 문제를 푼 사람은 '은둔하는 천재'로 불리는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40)이다. 그는 3년 전 인터넷에 이 추론을 풀었다고 발표하고, 미국의 몇 개 대학을 돌며 순회 강연을 한 뒤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는 그 공로로 올해 수학계의 노벨상 격인 필즈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이를 거부했다. 그는 100만 달러의 상금에도 관심이 없었다.

◆ 푸앵카레 추측이란=3차원인 농구공 같은 표면에 선을 그은 뒤 선의 양끝을 이으면 폐곡선(閉曲線.하나의 점에서 시작해 다시 그 점으로 돌아오도록 이어진 선)이 된다. 그런 어떤 폐곡선이 한없이 압축돼 한 점으로 줄일 수 있다면 이는 결국 3차원 공과 같다는 것이다. 상자나 공을 무한히 압축하면 같은 원구(圓球.sphere)가 된다는 말과 같다. 폐곡선은 일회용 고무밴드처럼 어떤 선 양끝이 이어진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도넛이나 반지 표면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선을 그린 뒤 두 끝을 이어붙이면 폐곡선이 되지만 아무리 압축한다고 해도 한 점이 되지 않는다. 도넛과 반지의 뚫린 구멍이 기둥처럼 막아서기 때문이다.

◆ 증명의 의미=푸앵카레 추측은 현실 세계의 어느 곳에도 응용되지는 않는다. 단지 수학에서 3차원을 분류하는 데 사용된다는 게 수학자들의 말이다. 푸앵카레 추측이 풀리기 전까지는 다양한 3차원을 분류하지 못했다. 수학 발전에 장애물이었던 셈이다. 우주의 형태를 밝히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흔히 3차원은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을 말하지만 수학과 물리의 세계에선 3차원 종류가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둥그런 판 두 개가 있다고 치자. 판은 평면이기 때문에 2차원이다. 각각의 가운데를 누르면 빵모자처럼 되는데 그 두 개를 거꾸로 포개면 속이 빈 공처럼 된다. 이는 2차원 평면 두 개를 합해 3차원의 공을 만든 것이다. 2차원인 공 표면에 일회용 고무밴드와 같은 원을 붙여도 3차원이 된다.

◆ 페렐만의 기행(奇行)=페렐만이 권위 있는 상 받기를 거부한 것은 필즈상만이 아니다. 86년 유럽수학회가 주는 젊은 수학자상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할 심사위원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현재 무직으로 어머니가 받는 연금으로 러시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따는 등 일찍부터 수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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