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아파트 값 잡으려 왜 세금을 올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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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요즘 신문에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각종 세금을 대폭 올린다는 기사가 자주 나왔죠.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왜 세금을 올릴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아파트를 갖고 있거나 사고 팔 때 내야 하는 세금을 많이 물려 아파트를 여러 채 갖거나 자주 사고 파는 것을 막자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돈을 벌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줄어들어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실제 들어가 생활할 집을 사는 사람보다 값이 오르는 것을 노려 집을 여러 채 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보고, 이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입니다.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먼저 아파트와 관련된 세금 종류부터 살펴보죠.

우선 아파트를 사면 취득.등록세를 내야 합니다. 아파트를 사서(취득), 내 것으로 등기(등록)하는 대가로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아파트를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아파트를 산 값보다 비싸게 팔아 돈을 벌었으므로 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이죠. 물론 산 값보다 싸게 팔았다면 소득이 없으므로 세금을 내지 않게 됩니다. 또 집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3년 이상 갖고 있고 1년 이상(2004년부터는 2년 이상) 그 집에서 살았다면 양도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물리지 않습니다. 이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라고 하죠.

집을 갖고만 있어도 세금이 붙습니다. 이를 보유세라고 하죠. 집에 붙는 세금은 땅에 대한 세금과 건물에 대한 세금으로 나뉩니다. 집은 땅 위에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죠. 아파트도 집집마다 땅 지분을 조금씩 갖고 있답니다.

땅에 붙는 세금이 종합토지세(종토세)이고, 건물에 붙는 세금이 재산세입니다. 종토세는 땅 면적이 넓을수록 많이 내야 합니다. 재산세는 올해까지는 건물 면적이 넓을수록 많이 냈지만 내년부터는 건물가격이 비쌀수록 많이 내도록 바뀝니다.

이번엔 요즘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고, 정부가 왜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을 막으려 하는지 봅시다.

문제가 되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값은 지난해에 평균 35% 올랐습니다. 3억원짜리 아파트가 1년 새에 4억5백만원이 된 것이죠. 올해도 9월까지 13.3% 올랐습니다. 반면 지난해 물가는 2.7% 오른 데 그쳤습니다.

이렇게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다른 곳의 아파트 값도 따라 오르고 있습니다.

집 값이 오르면 열심히 일해 꼬박꼬박 저축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집을 사기 힘들어집니다. 전셋값도 따라서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사람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부동산을 사는 데 열을 올려 돈이 부동산에 많이 몰리게 됩니다. 돈이 기업에 많이 투자돼야 기업체 등에 대출되고, 이 돈으로 기업이 투자와 생산활동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일거리가 많아져 직원을 많이 고용할 수 있죠.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돈을 벌어 이것저것 물건을 많이 사게 되고, 이처럼 소비가 늘어야 기업의 생산 활동은 더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답니다. 그런데 돈이 부동산으로만 몰리면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때문에 정부는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지 않도록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게 됩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주로 세금을 많이 매겨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죠.

특히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 물리는 세금을 대폭 올렸답니다. 1가구 3주택자(한 가족이 세 채의 집을 갖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가 집을 팔 때는 집을 팔아 벌어들이는 양도차익의 82.5%를 세금으로 거둬들일 계획입니다.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게 없겠죠. 그러면 돈 벌 목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집을 사려는 생각을 버리게 되겠죠.

그런데 거래할 때 매기는 세금만 높이면 세금이 무서워 집 가진 사람들이 집을 팔지 않습니다. 시장에 아파트가 나오지 않으면(공급이 안 되면) 가격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보유세도 크게 올릴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대치동의 A아파트 31평에 붙는 재산세는 지금 27만1천원입니다. 대형 자동차에 붙는 세금보다도 낮죠. 이를 내년에는 56만8천원으로 올리고 장기적으로 시가(현재 거래되는 가격)의 1%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10억원짜리 집에 살면 1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죠.

그러면 돈을 벌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불필요하게 아파트를 사려는 생각이 없어지면서 집값이 안정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들은 걱정을 덜 해도 됩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1가구 1주택의 경우 집을 팔아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보유세도 1가구 1주택의 경우 많이 오르지 않을 전망입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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