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카운슬러는 역시 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성에 관한 호기심, 자제하기 힘든 성 충동, 끔찍하기만 한 성폭행 경험 등「성 문제」는 오늘날 사춘기 청소년들이 열병과 같이 몸살을 앓는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YMCA 청소년 상담실」「체육 청소년부 청소년 종합 상담실」「청소년 상담 연구소」등 청소년 상담센터에 호소해 온 상담내용을 보면 어디든 예외 없이「성에 관한 고민」이 전체상담의 절반 가량을 차지, 단연 제일 많다.
게다가 어린이 상담전화인「신나는 전화」의 경우 보통 3∼5번째로 많던 성 상담이 지난해 처음으로 1위를 기록, 조기 성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일선 상담원들은 흔히 부모들이『우리 애는 아직 어려서…』『우리 애 만은 달라』라는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이성의 신체에 관한 호기심, 성 관계에 관한 노골적인 질문, 비정상적 행위에 대한 상담 등 질문이나 고민 내용이 충격적인 것도 많아 청소년 성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로까지 치닫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여학생에 비해 관심이 월등히 높고 왜곡된 정보를 접하는 기회도 많아 이들에 대한 성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청소년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정에서 성교육을 성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의견.
3년 전 서울시내 국교 생들을 대상으로「성 실태조사」를 실시했던 정동철 박사(신경정신과 원장)는『최초로 성에 관한 의문이 생길 때 얘기하고 싶은 상대로 응답자의 60%이상이 부모를 꼽았다』며『성 상담 자로서 부모이상 적격자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부모세대는 자신이 성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이므로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연세대 의대 유계준 교수는『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든 뒤 자기 성교육을 하려면 이미 때는 늦다』며 유아기부터 나이에 따라 변하는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녀의 성에 관한 관심이나 알고 있는 지식정도는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일차적으로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기성세대들은 자녀가 성에 관한 관심을 표시하면 『어린 게…』라든지,『공부나 하라』며 꾸짖거나 야단치는 예가 많은데 이 같은 반응은 가장 금기시해야 할 태도다 부모로부터 만족할만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 땐 자연히 친구들과 어울려 왜곡된 정보를 나누고 자칫 잘못된 경험을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TV를 함께보다 낯뜨거운 장면이 나와 자녀가 피식 웃거나 자리를 뜨거나 할 때는 자연스럽게 슬쩍 의견을 물어 보고 부모의 견해를 설명 해주는 게 좋다.
동성의 부모가 함께 공중 목욕탕에 가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것도 성교육의 한 좋은 방법. 사춘기 남자 청소년은 자위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가 의견을 물어 보고 설명해 줘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의 경우는 죄의식을 떨쳐 버리고 자신감을 갖도록 끊임
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네 인생은 이제 끝장이니 나랑 같이 죽자』는 식의 반응은 다시 한번 자녀를 폭행하는 일이다.『불행한 일이지만 네 잘못은 아니다』 라며 이해시키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자녀들이 흔히 접하게 되는 외설 비디오나 서적 등은 접근을 예방키 어려우므로 자주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 상의 없이 가방을 뒤져 없애 버리거나 단절시킬 땐 반발심이 커지므로 항상 의논하고 스스로 해답을 내리게 한다.「친절한 근심과 염려스러운 애정」을 보여 줄 때 자녀들이 숨김이 없으며 빗나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