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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심벌 보자" 구경꾼 줄이어|48층 새 동경도 청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좁은 토끼장 집으로 유명한 인구 과밀의 도시 동경 신주쿠에 새 도청사가 준공, 모습을 드러냈다. 48층 짜리 초 호화판의 이 청사는 3년 전 착공할 때부터『너무 사치하다』는 비난의 표적이 되었지만 경제대국 일본의 심벌로 적당하다는 스즈키 현지사의 고집스러운 추진력에 힘입어 지난 9일 낙성식을 가졌다. 4월7일 치러질 동경 도지사 선거에서 새 주인을 선출하게 되어 있어「과연 누가 새 청사를 진두 지휘하게 될지」도 관심거리지만 동경시민들은 새 명소를 갖게 되었다는 호기심으로 10일부터 일반 공개되는 이 청사구경에 매일 혼잡을 빚고 있다.
새 청사는 높이 2백43m로 가장 높은 제1본 청사와 제2본 청사·도 의회건물 등 3동으로 한 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된 총 공사비만 1천5백억 엔(8천2백억 원)이나 들었다.
청사준공에 따라 동경 역 옆에 있던 구 청사로부터의 이사도 상상을 넘는 대규모 작업인데다 1894년 동경 부청 개설이래 97년만의 이전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커 매스컴도 신구 청사를 대조해 스폿 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옮겨가는 직원 수 1만3천명, 총 이사 비용만도 10억 엔에 이르는「사상 최대 급」이다.
낙성식이 있었던 지난 9일에는 동경 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파리의 시라크 시장·위요고 자카르타 시장 등 외국 귀빈이 참석, 청사준공을 축하해 주었지만 정작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가이후 총리 이하 8명의 각료가 불참했다.
가이후 총리 등의 불참은 동경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빚어졌던 자민당의 중앙대 지방당 간 대립 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가이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4선의 고령 스즈키 지사를 물러 앉히려 했으나 스즈키 지사는 사퇴를 완강히 거부, 자민·공명·민사3당이 공동 추천한 이소무라(전 NHK특별주간)후보와의 대립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종전 후 45년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 지방자치의 상징적 존재인 동경도지사의 위치는 사실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동경에는 천황이 사는 왕궁이 있는 만큼 모든 왕실 행사에서 동경 도지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궁중에서 개최되는 국빈 급 만찬회에는 도지사가 반드시 부인과 함께 초대된다.
동경도의 직원 수는 모두 약 20만3천명. 이 가운데 학교 교직원, 경시청·소방 청 등의 소속 원을 제외하면 도지사가 직접 지휘하는 직원만 약 4만7천명이다.
일본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공무원을 거느리고 있는 문부성이 13만7천명인 것과 비 교 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동경도 살림도 커 91년 도 일반회계예산이 7조6백90억엔. 이는 대장·후생·자치 성 등을 훨씬 능가하는 숫자다.
인구 1천2백만 명을 갖고 있는 동경의 예산이 큰 것은 당연하지만 도민소득이 88년도 1인당 5백82만엔(한화 약3천만원)으로 일본 GNP가 3백8만8천 엔인 것에 비교하면「일류시민」 으로서 씀씀이가 헤픈 것도 이해가 간다.
지사의 월보수액은 1백37만엔. 일본 전국으로 보면 오사카(대판)지사보다 10만엔, 최하위의 오키나와현에 비교하면 35만 엔이 많다.
장관급과 비교하면 법제 국 장관·궁내 청 장관(모두 1백38만4천엔)급과 비슷하다.
현 스즈키 지사가 사는 지사공관은 부지 1천9백80평방m, 목조 2층 건물로 건평은 6백60평방m.
동경 도지사에게는 세계각국 주지사·시장으로부터 연간 2백 건 이상의 회담 신청이 들어오고 있을 정도로 사실상「일본의 얼굴」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새 청사의「호화 성 시비」가 18일부터 본격화된 도지사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어 스즈키 현 지사에게 도전을 선언한 4명의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비난받고 있는 새 청사의 도지사 집무실을 도민에게 개방하거나 결혼식장·국제회의장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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