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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 강공땐 옐친 거센 도전/국민투표 이후 소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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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론조사기관 “찬성 60%” 예상/“반대”로 결과 나오면 혼란극심
연방존속 여부를 놓고 시차가 틀린 11개 시간대의 17만 투표소에서 실시된 소련최초의 국민투표는 18일(한국시간) 초기 개표결과로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연방유지에 크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소련의 2억 유권자들에게 「소 연방이 모든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완전보장되는 동등한 주권공화국들의 새로운 연방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를 묻고 있다.
이미 독립을 선언한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의 발트해연안 3개 공화국과 독립의사를 표명한 그루지야,독립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아르메니아,그리고 국민투표 방식을 반대하고 있는 몰다비아공화국등 6개 공화국들은 국민투표를 거부한 상태에서 실시됐다.
자슬라프스카야를 비롯한 소련의 여론문제 전문가들과 서방의 소련문제 전문가들은 지역적으로 차이가 나겠지만 전체 유권자 1억8천만명중 58∼62%가 연방제 유지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18일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는 아직까지 초기단계이긴 하나 이러한 예상과 유사한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추구해온 민주화는 민족운동과 각 공화국 주권주장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소 연방의 붕괴현상이 지속돼 왔다. 이같은 상태의 쇄신을 모색해온 고르바초프에게는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가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그가 과반수찬성을 국민투료에서 건지게 된다면 신연방조약 체결을 적극 추진할 것이나 투표결과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연방조약의 무산은 물론 소련정세는 혼란의 급류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북방전문가와 소련 정치관측통들이 예상했듯 「압승」은 압승을 예상했던 지역에서의 압승일 뿐이라는 것이다.
발트해 3국등 분리파 공화국에서의 투표거부와 몰다비아·우크라이나 공화국 등에서의 무력충돌등은 여전히 여론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독립을 선언한 이들 공화국을 연방안에 끌어넣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국민투표를 통해 분리파 공화국들을 강제하기 위한 명분을 얻고 싶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법률적인 절차를 무시한 이들 공화국에 법률의 적용을 강제하기 위한 전체 소련국민의 의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한 난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확보한 자신의 「독재권력」을 인민대표의 위임에 의한 보장이 아닌 국민들 스스로의 직접적인 투표결과에 의한 보장으로 확보하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즉 공산당서기장이 아닌 대통령이 되어 소련을 통치하고는 있지만 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다는 그에 대한 비난을 이번의 국민투표로 상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초기의 개표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듯,연방유지에 대한 「강력한 지지」는 「연방유지를 위한 책임의 요구」라고 해석,이를 관철하기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강공책을 예상케 해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소련의 정국은 당초 예상대로 연방유지에 대한 찬성을 획득한 고르바초프의 연방제 유지를 위한 강경책과 이에 도전하면서 「독재회귀」「인권탄압」이라는 명분으로 도전할 옐친 등 급진개혁파 및 분리파 공화국들의 도전으로 더욱 더 혼란해질 가능성이 높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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