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이집트 '한국 연수자' 150여 명 카이로서 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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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7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 시내 피라미사 호텔. 이집트 통상산업부의 무하마드 힐랄 차관이 "우리는 이집트의 지한파"라고 강조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초청 한국 연수자 동창회(KAAE)' 회원이다. 지난 15년간 KOICA의 개도국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에 초청돼 연수를 마친 150여 명의 이집트인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중 대부분은 행정부 고위관료를 비롯해 대법관.교수.변호사.과학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다.

17일 이집트 카이로 시내 피라미사 호텔에 모인 ‘한국 연수자 동창회’ 회원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이집트의 지한파인 우리들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자”고 다짐했다.


동창회 회장인 힐랄 차관은 "한국과 이집트의 우호 관계는 경제 분야는 물론 사회 및 인적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처럼 한국을 경험한 연수생들이 두 나라 관계를 발전시키는 초석이 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창회 부회장인 이스마일 부르한 대법관도 "앞으로 KAAE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내년도 열 가지 활동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KAAE를 이집트 사회부에 공식 민간단체로 등록하고 ▶한-이집트 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하며 ▶계간 소식지를 발행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부르한 부회장은 "나처럼 한국에 다녀온 뒤 한국의 발전상에 반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류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동창회가 끝난 뒤에는 흥겨운 잔치가 이어졌다. 카이로 한국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가 펼쳐지자 참석자들은 한국에 머물 때 우리 음악을 익히 접해본 듯 손뼉을 치며 절로 어깨를 들썩였다. "꽹과리 맞죠? 오랜만에 들으니 신이 납니다."

5년 전 산업부 연수생으로 한국에 다녀온 한 중년 부인이 신이 나서 말했다. KOICA 봉사단원 5명이 무대에 나와 '나쉬드 타흐야 미스르(이집트여 일어나라)'라는 이집트 공식 응원가를 부르자 참석자들은 큰 소리로 합창을 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200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이집트 명문 아흘리 구단이 선전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응원가다. 이어 카이로 아인샴스 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며 양국 간 우의를 다졌다.

정우용 KOICA 이집트 사무소장은 "한국에서 연수한 각계 인사들이 이집트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두 나라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참석한 이집트인들은 큰 박수와 함께 "예"라고 화답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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