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정 여성경제인협회 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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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의 신임 회장(5대)으로 의류업체인 사라의 안윤정(59.사진) 사장이 선출됐다. 20일 서울 남산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회장 선거에서 안 사장은 2차에 걸친 투표 끝에 박재숙(58) 반도환경개발 사장과 김현숙(70) 경신공업 사장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전국 13개 지회의 대의원 205명이 선거에 참여한 가운데 안 사장은 1차 투표에서 72표를, 2차 투표에서 120표를 얻었다. 1975년 '안윤정 부띠끄'를 열며 의류 사업에 뛰어든 안 사장은 85년 대한복식디자인협회장을 시작으로 사회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95년 서울제일로타리클럽 회장을 거쳐 2004년 여경협 수석 부회장직을 맡았다. 여경협 회장은 여성 경제인 최고의 명예직이다.

여경협은 1700여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여성경제인 단체다.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여성부 정책자문위원 등 20개에 가까운 감투를 쓰게 된다. 때문에 그동안 매번 회장 선거가 과열됐었다. 2000년 3대 회장 선거와 2003년 4대 회장 선거 모두 개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후보자 때문에 법적 공방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여경협은 이번에는 선거를 잡음없이 치르기 위해 9명의 선거관리위원 중 5명을 외부 인사로 배치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선관위원 3명이 차례로 투표지를 열람하는 방식으로 개표 작업을 진행했다. 안 회장도 선출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무엇보다 선거가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점이 기쁘다"는 말로 시작했을 정도다.

"'여사장이 일을 맡으면 참 깔끔하게 잘한다'는 인식이 퍼지도록 회원사에 대한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안 회장은 "더 많은 회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서 신바람나게 협회를 운영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안 회장과의 일문일답.

-왜 당선됐다고 보나.

"대의원들에게 '내 권한을 혼자 쓰지 않겠다. 전문위원회를 구성해서 회원들 참여를 늘리겠다'고 설득했다. 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나를 찍은 것 같다."

-협회 내에 경제연구소를 세우겠다는 공약이 인상적이다.

"지금까진 중소기업청이 몇몇 회사를 뽑아서 컨설팅 비용을 지원했다. 모든 회원사에 도움이 돌아가지 않았다. 협회가 컨설팅 기구를 만들어 유통.제조.판매 등 분야별로 회원사에 세부적인 조언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연설에서 여경협을 명품 브랜드화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명품은 아무 거나 사도 품질이 좋다. '여경협 회원사라면 어디라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오게끔 회원사 발전을 돕겠다."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답답한 점이 많다. 여성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나온 적도 없는데 남성 기업인들은 역차별 운운한다. 정부가 물품을 구매할 때 여성기업제품을 5% 가량은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

-매번 여경협 선거가 과열양상을 빚었다. 왜일까.

"여자들은 명예욕이랄까, 성취욕이랄까… 좀 극성스러운 데가 있는 건 사실이다. 나부터도 뭔가 시작하면 꼭 이기고 싶은 근성이 있다. 이번엔 다행히 선거가 깨끗하게 끝나서 기쁘다."

-여경협 회장이 이권이 많아서 그렇다는 해석도 있다.

"이권은 거의 없다. 내가 수석부회장을 하며 협회비 7500만원을 냈다. 회장은 1억5000만원을 낸다. 뭐 생기는 걸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해 보고 이권이 있으면 말해주겠다."

-육아 문제는 아직도 여성 경제인들의 굴레다.

"나도 우리 어머니(81)가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활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 차원의 육아 정책이 꼭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10년 전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 왔다."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여성기업은 약자다. 여성 경제인이 어깨 펴고 활약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 언론에서도 여성 기업인들을 많이 조명해서 힘을 북돋워달라."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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