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노총각들에 중국서 희소식/교포처녀 35명 고국서 “신혼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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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농촌청년연,길림한의대 교수 제의수락 결실/견습공 형식 매달 30명 초청/농공단지서 뜻 맞으면 혼인/총각 60명 신상명세 이미 중국서 「맞선」 끝내
『중국 교포처녀와 맞선을 보지 않겠습니까.』
농촌총각문제로 고심해온 농촌청년결혼문제연구회(회장 박경수·민자당의원·서울 여의도동)는 국내에서의 농촌총각 짝짓기가 벽에 부딪치자 최근 중국 교포들과 접촉,곧 결실을 보게 됐다.
1차로 교포처녀 35명을 오는 4월말까지 초청,짝짓기를 주선하고 앞으로 매달 30명씩 초청할 계획이다.
지난 5일부터 중국 길림성 연길·심향·장춘·도문 등 4개지역을 돌며 교포처녀와 부모를 만나 우리 농촌총각과의 결혼문제를 협의하고 13일 귀국한 박회장은 『이달말까지 고국을 방문할 교포처녀들의 명단이 도착하는대로 4월안으로 35명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우리 신문을 통해 고국 농촌총각의 결혼난을 알고 있던 길림한의대 이준식 교수(59)의 제의와 8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76쌍의 농촌총각 결혼을 주선해온 박회장에 의해 이루어졌다.
박회장은 중국방문때 강원도 원주군·횡성군과 경북 영풍군지역 농촌총각 60명의 사진과 학력·가족사항·재산정도가 기록된 해당지역 군수 명의의 추천서를 가져가 교포처녀들에게 농촌실정을 설명했다.
설명회에서 교포처녀들은 고국을 잘 사는 나라로 인식하는데다 조선족끼리의 결혼을 고집하는 풍습 및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은 교포사회의 특성상 고국 농총총각과의 혼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교포 부모들이 못사는 나라에서 잘 사는 나라로 딸을 시집보낸다는 사실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데다 중국 정부도 외화벌이를 위한 인력송출 형식을 원해 문제가 생겼었다.
또 최근엔 북한과의 교류가 빈번한 이 지역에 남한 청년과의 결혼추진을 위한 일행이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친북한 교포들이 『딸을 팔아먹는다』고 비방하는 것도 장애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생각해낸 것이 공단견습공 방식의 초청.
연구회측은 교포처녀들을 원주군 문막 농공단지등에 취업시켜 3개월동안 농촌총각과의 맞선등 만남의 기회를 알선,결혼이 성사되면 혼인시키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으로 되돌려 보내기로 했다.
길림성 무역부가 요구하는 이들의 월임금은 2백50달러 수준.
농촌총각과 중국교포와의 결혼은 1원29일 김상익(33·강원도 춘성군 남면 발산 2리)·이춘연(25·중국 흑룡강성 방정현 건설가)씨 부부등 2쌍이 개인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졌을뿐 집단적으로 추진되기는 처음이다. 교포 이씨의 경우 주민들의 칭찬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촌으로 시집오는 중국 교포처녀에게 결혼선물로 송아지 1마리씩 주기위해 원주군 부논면 정산리에 개설된 연구회 부설 한우번식단지에는 70여마리의 한우가 교포처녀와의 짝짓기를 기다리며 자라고 있다.<원주=이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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