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총장님들의 돈타령(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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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임 노재봉 총리와 대학총장들이 만나 「돈타령」을 했다.
15일 오후 6시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 59층 회의실. 대학교육협의회(회장 박영식 연세대총장) 소속 대학총장 12명이 노총리를 초청,상견례를 겸해 만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주로 국고보조금등 돈얘기가 중심이었다.
『총장님들 다른 매는 달게 맞겠지만 돈얘기만은 제발 말아주십시오.』
노총리의 농(?)섞인 인사말이 있은뒤 바로 간담회에 들어가 박회장이 이날 모임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 자리는 노총리와 함께 대학자율권 확대방안과 상아탑의 신뢰성 회복문제,양적으로만 팽창해온 우리 교육의 질적 향상방안등 산적한 당면문제들을 폭넓게 논의해 보자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간담회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논의하겠다던 수많은 교육문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결국 노총리가 우려했던대로 돈얘기가 등장.
『지금 대학은 물가상승에 따른 운영경비의 가중압박과 등록금 인상저지투쟁 등 학생저항 사이에서 극심한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립대 운영경비중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웃 일본의 20%에 비해 우리는 1%에 불과합니다.』
『사학은 파산직전입니다. 정부의 획기적 재정지원이 시급합니다.』
총장들의 이러한 호소는 한동안 계속됐고,이에 대해 노총리는 대체로 듣는 편이었으며 가끔씩 『최선을 다해 보겠다』『대학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등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대학교육협의회는 결국 「국고보조비율을 10%이상 올려줄 것」을 정부에 정식 건의키로 하고 2시간30분간의 회의를 마쳤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학관계자는 개운치않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총장님들이 총리와의 첫 상견례에서 산적한 다른 문제를 제쳐두고 「돈타령」만 하는 것을 보니 뒷맛이 씁쓸합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가.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는 것이 현실인데….』<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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