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남방외교」 움직임/경제난·동구개혁이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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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모적 남북 외교대결 지양/최근 아프리카 5개국 공관폐쇄
북한은 동구의 체제변혁과 이라크의 걸프전 패배,그리고 가중되는 경제난 등을 감안,유엔에서의 남북 표대결을 겨냥해 무리하게 운영해오던 아프리카지역의 상당수 공관을 폐쇄하고 우리의 북방외교에 대응한 「남방외교」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2월초 잠비아로부터 공관을 철수한데 이어 최근 시에라리온·가봉·니제르 등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의 5개국 주재공관을 폐쇄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냉전질서 붕괴 이후 사실상 비동맹외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세계에 대한 소모적 남북대결 외교가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북한은 우리의 북방외교가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고 그 여세를 몰아 아프리카 전선국가 등과의 국교수립이 활발해지자 유엔을 중심으로 한 표대결에서 동구국가나 아프리카의 여러나라들이 자신들에 대한 확실한 지지세력으로 남을 수 없다는 상황판단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은 이같은 상황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무릅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표관리보다 서방 및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남방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통세미나서도 지적
또 15일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총장 현경대)가 주최한 「최근의 북한정세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은 최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탈이념적 다변화양상을 특징으로 하는 「남방외교」를 통해 걸프전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다각적인 외교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기 서울대교수(국제관계연구소 이사장)는 『북한의 남방정책은 국제적인 고립타파와 경제적 위기극복을 주요목적으로 하고 있기때문에 북한은 대규모의 유·무상 원조를 얻어낼 수 있는 대일 국교정상화를 연내에 실현시키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방 외교를 강화해오고 있는 북한은 지난해 아시아 34개국과 2백83회에 걸쳐 각종 대표단을 상호 파견했으며 지난 2월엔 대외경제사업부부장 김정우를 단장으로 한 경제대표단을 독일에 파견해 경제원조를 모색한 것을 포함,모두 5개 대표단을 해외에 파견했다.
북한은 또 연형묵 총리의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방문,김영남 외교부장의 아프리카 순방,김용순 당비서의 일본 방문,군참모장 최광의 쿠바 방문 등 고위급 순방외교를 활발히 전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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