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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국 한국 배우러 왔어요" 재일 교포 대학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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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재일 교포 자녀 대학생들이 조국을 찾아와 국어와 국사를 공부하고 전통예절을 익히며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등「조국 배우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육부의 재외교포학생 단기교육계획의 일환으로 지난6일부터 19일까지 2주 일정으로 서울 사직 동 서울교육원(원장 최정현)에서 실시되고 있는 91학년도 재외교포학생 춘계학교에 참가한 재일 교포. 2, 3세 대학생 88명(남33, 여55)이 바로 그들.
국적만 한국일 뿐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여느 일본인과 마찬가지인 이들은 비록 주마간산 격이긴 하지만 강의실 수업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이제까지 몰랐던 조국을 새로 인식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
◇춘계학교=춘계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은 교포 2, 3세들로 대부분이 한국인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말과 글을 갈 모르고 한국에 관해 아는 것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들은 방학을 이용(일본의 개학은 4월), 조국을 배우겠다는 소망을 품고 재일 거류민단과 공관장의 추천을 받아 항공료와 교육비(미화 4백90달러)를 자비부담하며 입교했다.
고국방문이 처음이라는 남지혜자 양(20·법정대 1)은『평소조국에 대해 품어 오던 막연한 애정을 직접 피부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오다 이번에 어머니의 권유로 오게 됐다』며『입교 사흘째 국립묘지를 참배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어 갔다는 사실에 가슴 찌릿한 감동과 함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모두 35개의 생활 실을 갖춘 서울교육원에서 합숙을 하며 일반교과 16시간, 현장학습 58시간, 특별활동 34시간 등 총1백8시간을 교육받는다.
학생들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6개 분단으로 편성돼 있으며 분단마다 서울교육원 장학사들인 담임 및 부담임 각1명, 대학 일어과 학생 또는 재일 교포 유학생들인 통역·안내요원 (조교)1명씩이 배치돼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구자성 교무계장은『학생들에게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역사를 알게 하고 조국의 발전상을 보여주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올바른 국가관을 갖게 한다는 것이 교육목표』라며 『교육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가급적 강의실 수업을 줄이고 현장학습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고 했다.
춘계학교의 교육내용을 보면 ▲일반교과가 국어·역사·민요전통예절·애국가지도·정신교육체육활동 등으로 되어 있고 ▲현장학습이 경복궁·박물관·민속촌견학·올림픽공원·서울타워·롯데월드방문·국립묘지 참배 및 현충사·망향의 동산·독립기념관견학·휴전선방문·태권도시범참관·대학교견학·경주고적 지 답사 및 포항·울산산업시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특별활동은 민속놀이·국악감상·연고자 면회 및 외박·모국수학안내·동창회조직 등으로 짜여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국어교육과 대학교견학·동창회 조직 등이다.
국어교육은 총7시간으로 분단별로 담임에 의해 진행되는데 간단한 인사말·자기 소개 말·동요 등을 익히고 한글의 원리와 구조에 대해 알아보며 한글로 편지를 써 보는 등 그야말로 「맛보기」수준.
우리 말을 전혀 못하는 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말과 글에 대한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동창회조직은 가급적 한국인임을 공개하지 않고 살아야 유리한 일본사회에서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지역별로 동창회를 편성하고 임원을 선출, 일본으로 돌아간 뒤 현지 공관파견 교육관의 참여아래 모임을 꾸려 나가도록 해주는 행사다.
권세준 군(21·명고옥경제대 경영학과 3)은『대부분 학생들이 배타적인 일본사회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처지라 동창회조직 등 상호 친목도모에 거는 기대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재외교포학생 교육현황=재외교포학생 단기교육은 대통령령 제12215호에 따라 교육부 주최, 서울대 재외국민교육원 총괄로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일부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포사회와 접촉, 학생들을 모집해 교육시키는 사례도 있다.
정부주도로 진행되는 교육은 춘계·하계로 나뉘어 일본지역·구미 및 기타지역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올해는 이번 춘계학교 외에도 6월26일부터 7월9일까지 구미 및 기타지역 대학생 4백 명, 중·고생 4백 명, 그리고 7월24일부터 8월6일까지 일본지역 중-고생 3백 명 등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하계학교가 예정되어 있다. 이를 위해 마련된 예산은 1억3천4백여 만원(수익자 부담이 원칙).
지난해에는 일본지역 2백99명, 구미 및 기타지역 6백7명 등 모두 9백6명의 중·고·대학생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서울동숭동 재외국민교육원 ▲서울교육원 ▲강화호국교육원 ▲외대용인캠퍼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경희대 국제교류위원회 등이다.
서울교육원은 최근 학생연수기관에서 교원연수기관으로 성격이 바뀌게 됨에 따라 이번 춘계학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교포학생 교육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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