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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못믿어 노선 변경 "6자회담 틀어질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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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베리아 가스관을 북한으로 연결하느냐 서해 바다로 연결하느냐를 놓고 고민해 온 한국.러시아.중국이 결국 서해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을 통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정치.군사적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가스관 경유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을 놓치게 된 북한의 반발이 우려된다.

◆경제논리가 우선=시베리아 가스관의 북한 통과 문제는 2001년 9월 열린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민족 경제의 균형 발전과 경협 확대'를 위한 9개 조치 중 하나로 합의됐다.

2000년 7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사안이다.

그러나 한.중.러 3국은 가스관 프로젝트의 노선을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했다. 여기에는 연간 7백만t의 천연가스가 흘러갈 가스관을 미덥지 못한 북한 측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안보상의 문제도 깔려 있다.

이번 결정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자회담에 빨간불이 켜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일각에서 제기한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한.미.일 컨소시엄으로 추진해온 경수로 사업의 잠정 중단 결정 직후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욱 민감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핵 카드를 내세워 국제사회를 상대로 끝없는 도박을 벌이다가는 눈앞의 이권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가스관이 완공되면 한국은 30년 동안 연간 7백만t의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가스량(연간 2천만t 이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스값도 싸진다. 가스관을 통하면 기체 상태로 가스를 가져올 수 있어 액화천연가스(LNG)보다 25% 가량 싼값에 가스를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스관 건설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30년간 1백35억달러의 가스 도입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가스관 건설과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관 건설을 위한 한국 측 컨소시엄에는 LG상사.대우건설.현대종합상사 등 국내 9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다만 가스관의 길이가 4천3백㎞나 되고 3개국의 국경을 넘어 건설되기 때문에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2008년을 목표로 가스관 건설 작업을 하겠지만 실제 완공까지는 몇년 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해 바다 밑으로 가스관이 지나가는 데 따른 기술적인 문제도 우려된다. 육지에서는 땅을 파 가스관을 묻지만 바다에서는 땅을 파지 않고 바닥에 가스관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정부 관계자는 "기술적인 사항을 점검한 결과 해저 가스관 건설이 크게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영종.주정완 기자

***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 일지


▶1995년 7월 가스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자원연구소 러 현지조사 통해 사업 추진 가능성 확인

▶1997.12 한국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있는 것으로 판단

▶1999.2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에너지.자원 협력협정 체결

▶1999.5 김대중 대통령, 러 방문 중 이르쿠츠크 사업에 한국 참여 의사 표명

▶1999.9~2000.2 한.중.러 사업주체 간 세차례 실무회의

▶2000.7 러 푸틴 대통령 중국 방문시 중.러 양국 간 한국 참여에 대한 양해각서 서명

▶2000.11 한국의 타당성 조사 참여 협정 체결

▶2001.9: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통과 노선 검토키로 논의

▶2001~2003.11 타당성 조사

▶2003.11.12 타당성 조사 결과와 노선 발표(예정)

▶2004~2008 가스전 개발 및 배관 공사(예정)

▶2008 이후 가스 공급(예정)

자료=산업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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