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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만 확인… 얻은 것 없다/북한­일 제2차 수교협상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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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느긋한 일본에 서두는 북한/심각한 외화부족 새로 노출
12일 끝난 이틀간의 북한­일본 국교정상화 제2차 회담은 『매우 실무적이었다』고 한 일본측 관계자가 13일 설명했다. 협상에서 이견들이 팽팽히 맞섰다는 외교적 수사다.
일본측은 의제별로 지난 1차(평양)회담에서 북한측이 제시한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데 이어 새로이 남북 총리회담의 조속재개,JAL 요도호 범인의 인도,8백억엔에 이르는 대일 채무의 해결 등을 문제점으로 추가,북한측을 난처하게 했다.
북한측은 『계속 협의하다보면 해결의 길이 열릴 것』『발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유화적 태도로 시종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측이 어떻게든 회담을 이끌어보겠다는 자세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북한측은 이번 회담에 앞서 비공식 접촉을 통해 회담일정을 1주일로 늘려줄 것을 요청,조기국교수립을 바라는 북한의 초조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측이 이를 모두 산업시찰·관광 등의 일정으로 채우는 바람에 북한 대표단은 당초 16일까지의 체류일정을 14일까지로 단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북한은 3차 북경회담 일정도 4월로 제시했으나 일본측이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의 방일과 남북 총리회담 재개시기에 맞춰 5월로 하자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매달 한차례는 회담을 열자는 뜻을 고집했으나 결국 일본 의도대로 5월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번 교섭을 통해 ▲북한의 관할권은 군사분계선 이북에 한한다 ▲북한과의 국교가 일한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남북대화의 진전은 북한·일 회담보다 더 중요하다는 일본정부의 기본입장을 밝힘으로써 「조선은 하나」라는 지난해 일 자민·사회당과 북한 노동당의 3당 공동선언에 집착하는 북한측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11일 나카히라(중평립) 대표는 회담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대북한 정상화교섭의 기본자세를 밝히는 가운데 『일조의 정상화는 일한관계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되며 제4차 남북 총리회담이 중단된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1차 본회담에 앞서 핵사찰이 대북한 정상화교섭의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남북한 대화와 대북한 교섭을 연계시키자는 일본측 입장의 강화를 보여주었다.
이는 일본측이 『남북한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일 회담이 계속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한국측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이며 걸프전쟁 이후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국제정세에 비추어 일본이 고립주의적 자세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앞으로 회담진전이 쉽지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국을 풀어나가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대일 국교정상화를 먼저 제의한 만큼 일본의 주장에 「어떻게든 접근시켜 나가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제3차 북경회담 이후의 태도변화가 주목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외화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새로 공개됐다.
나카히라 대표는 12일 회담에서 북한의 대일 외채해결을 거론,북한·일간에 이 문제의 막후절충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지난 2월초 협의에서 10년거치 15년간 균등상환할 뜻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나카히라 대표는 이에 덧붙여 채무가 완전히 해결되기 위해 4반세기가 걸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보다 현실적인 제안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북한측을 몰아세웠다.
북한의 대일 채무는 대일본 기계류 수입대금 미불분을 포함,총액 약 8백억엔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76,79,83년 세차례에 걸친 지불기일 연장조치에도 불구,최근 수년간 이를 갚지못했다.
국교정상화 본교섭에 때맞춰 이 문제에 대한 협의도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조무역회는 2월 예비교섭에서 북한측이 외화문제가 심각함을 들어 이의 재연장을 요청하고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며 『보상금을 담보로 해도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측은 이같은 북한의 현실에 미루어 제3차 회담이후에는 북한이 보다 현실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북한에 살고 있는 일본인처의 고향방문 실현등 대북 현안을 이번 기회에 하나라도 더 해결하자는 느긋한 태도다.<동경=방인철특파원>
□북한­일 2차 수교회담
●일본주장
국교의 조건:한­일 관계에 영향주지 않음
북한 관할권:남북한 군사분계선 이북,확인 필요
보상·배상:재산청구권 인정,배상은 불가
교전관계의 인식:항일 빨치산 활동 교전관계 아님
전후 보상:남북 분단에 일본 책임없다
3당 공동선언:정당간 문서구속력 없다
핵사찰:핵 확산금지조약 가맹국의 의무
남북대화:남북대화의 진전은 교섭전에 중요
일본인처의 고향방문:자유로운 왕래 및 통신의 허가요망
●북한주장
국교의 조건:과거 사죄와 보상
북한 관할권: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관할권 확인 불필요
보상·배상:청구권은 물론,교전관계 배상 필요
교전관계의 인식:침략자 일본과 조선인민혁명군과의 교전
전후보상:남북 분단에의 책임상 전후배상 필요
3당 공동선언:정부의 무관 주장은 부당
핵사찰:주한미군의 핵기지도 사찰
남북대화:북한­일 교섭과는 별개문제
일본인처의 고향방문:정상화전에도 용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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