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너무 올랐고 분양가는 내린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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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회사원 박진호(35)씨는 지난달 전용면적 25.7평 이하 민간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에 가입했다. 박씨는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신규 아파트 분양보다는 기존 집을 사려고 청약통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하지만 몇 달 사이 세 들어 사는 단지에서 25평이 5000만원 이상, 32평형이 1억원 이상 올라 집을 사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청약통장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4월 이후 6개월째 감소하던 청약통장 가입자가 11월 6만여 명이나 새로 늘었다. 19일 건설교통부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719만3729명으로 집계됐다. 10월 말보다 6만6975명이나 많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4월(728만3000여 명) 이후 매월 2만~3만여 명씩 줄어왔다. 무주택기간, 자녀 수 등에 점수를 매겨 당첨 여부를 결정하는 청약가점제가 2008년 시행될 예정이어서 유주택자의 상당수가 통장을 해지했거나 가입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9월 말부터 집값이 크게 오르자 매매시장에선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9~11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의 경우 9.2%, 경기도는 12.9% 올랐다. 과천은 28.4% 급등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달 초 검단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에서도 용적률 등을 높여 주택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도 청약통장에 대한 필요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초에도 분당급 규모의 신도시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분양가 인하 방안이 본격 논의되고 있는 것도 기존 집에 대한 수요는 떨어뜨리고,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장 종류별로는 청약예금이 한 달 새 3만2978명이 늘어 291만8159명이 됐고, 청약저축도 5만8513명이 증가해 238만3235명이 됐다. 그러나 청약부금은 2만4516명이 줄어 가입자 수는 189만2335명이 됐다. 민간 아파트는 25.7평 초과 위주로 공급되고 있어 전용 25.7평 이하 민간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을 사용할 기회는 갈수록 줄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유엔알 박상언 대표는 "청약부금에는 무주택자도 많이 가입해 있다"면서 "청약부금 가입자가 청약저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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