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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춘추전국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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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견인차였다. 오프라인은 조용했지만 노 대통령 지지층이 많았던 20~30대는 이미 인터넷을 점령하며 대세몰이를 했다. 한나라당의 각종 폭로 공세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대부분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인터넷 파워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벌써 사이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사이버상 보수.진보 역전"=2002년 대선 이후 진보 진영이 점령했던 사이버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보수논객'들이 대거 등장, 보수 진영의 논리가 인터넷에서 더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진보:보수의 비율이 8:2이던 것이 2004년 총선 직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꾸려지며 거꾸로 2:8이 됐다"며 "과거 진보 진영의 동력이 와해되고 대신 40~50대의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 오히려 보수 쪽이 인터넷을 장악하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우석 디지털정당위원장은 "2002년 대선 이후 보수 인사들이 각성하고 자발적 활동을 펼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한나라당이나 보수진영 전체의 자체 역량 때문이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막상 대선 때가 되면 인터넷 주 이용층인 40대 이하의 참여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 아직까지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말하긴 이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 대선주자들, 인터넷 경쟁 후끈=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정책 콘텐트의 온라인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카페의 '운하 사랑' 등에 자신의 공약인 '한반도 내륙운하' 건설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엔 회원 1만6000명의 'MB 팬클럽 연대'가 결성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인터넷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와 '싸이월드 미니홈피', 팬 중심의 '호박넷' 등 3개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 중 미니홈피는 보좌진도 비밀번호를 모를 만큼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

6월 퇴임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꾸린 첫 활동공간은 '모바일 캠프'였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이버 캠프' 개념이다. '민심 대장정'을 시작한 손 전 지사는 노트북PC를 들고 전국을 다녔고 참모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 탄광 노동, 고깃배 작업 모습이 대학생 자원봉사단의 손에 의해 시시각각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고건 전 총리는 아직 공식 홈페이지가 없다. 고 전 총리 측은 "정당 소속이 아니라 사이버 활동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번 달 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홈페이지를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 측의 온라인 지지세력들은 내년 1월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다. 정 전 의장 측은 '정통들'의 출범을 계기로 온라인 지지세력들이 유기적 연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매주 홈페이지에 등록된 4만여 명에게 e-메일로 '김근태의 러브레터'를 보낸다. 김 의장 측은 "현재 정치인들의 인터넷 활동이 너무 이미지에 치중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정책 대안 제시를 중심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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