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갖고 뭐든지 부딪혀라

중앙일보

입력

미국 밸리 토라 고교 존 김(35) 수학교사가 미국 현지에서 유학생 정희운(25·여·미국 LA 거주)씨를 만나 유학 경험담을 들었다. 존 김 교사는 현지에서 유학생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다
정 씨는 용기와 아이디어로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지 적응에 성공한 한 사례다. 존 김과 정씨의 인터뷰 형식으로 유학 경험을 전한다. [편집자]

-현재 무엇을 하나.
"코넬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재 하버드 대학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박사 논문 주제를 찾기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 비의 통역을 맡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학기에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유학을 한 시기는.
"유학생인 어머니를 따라 초등 4학년 때 유학을 왔다."

-유학시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거나 큰소리를 낸다든가 하는 것들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유학을 오면서부터 그런 사소한 일에 자신감이 없었다. 위축됐다. 어느 날 문득 주변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존재감이 사라진 나를 느끼게 됐다. 유학 이전에는 뭐든 자신감이 있었는데, 유학 와서는 모두에게 맞추려 하는 얌전한 아이가 돼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고교 2학년 때 학생회 선거가 있었다. 성적만으로는 명문대에 진학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끝에 남학생 3명과 함께 단독 여자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다. 학교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는 했지만, 유명 인사는 아니었기에 당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선거 기간 중 학교 댄스파티가 열렸다. 나는 춤을 추지 않고 겉도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재미 삼아 수줍어하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연결해주기 시작했다.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유명한 '부킹'을 시도한 것인데 예상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때 연결해준 친구들이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결국 학생회 부회장에 당선됐다. 이 일을 계기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어디서든 용기와 아이디어로 부딪히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학의 장점은.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미국 유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과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하든지 더 크고, 넓은 사고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경험의 폭이 클수록 생각과 능력의 폭 또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유학을 생각중인 학생에게 조언한다면.
"유학생들이 빨리 미국 생활에 적응하겠다며 의식적으로 한국을 멀리하는 경우가 있다. 양쪽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기 쉽다. 한국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것도 문제지만 섣불리 미국에 동화되려 하는 것은 자신을 소외시키는 행동이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친구들과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그곳에서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미국은 겸손보다 자신감을 더 높이 산다.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미국을 빨리 배우는 방법이면서 대학 진학에도 꼭 필요한 경력이다. 미국 대학 지원 때 쓰는 자기소개서에는 절대 거짓말을 쓰지 마라. 성실하게 유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리=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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