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가산금리도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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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했거나 하려는 사람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폐지에 이어 가산금리까지 본격적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의 바탕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최근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도 대출금리가 오를 판인데 가산금리까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보통 'CD 금리+α(가산금리)'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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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금리인상 추세 확산=국민은행은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가산금리는 26일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는 사람부터 적용된다. 올 들어 가산금리를 올린 곳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 CD 금리에 맞춰 연 5.75~6.75%가 적용되는데 이번 주에 CD 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다음 주 대출금리는 연 5.85~6.85%로 오른다는 얘기다.

10월 말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38~6.58%였으므로 다음 주 가산금리까지 인상하면 두 달여 만에 최저금리가 0.47%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2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두 달 전보다 연간 이자 부담이 74만원(0.37%포인트, 가산금리 인상분 제외) 늘었고, 26일 이후 새로 2억원을 대출받는 사람은 두 달 전 대출보다 연간 94만원(0.47%포인트)의 이자를 더 내게 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개인소호여신부의 임병수 부장은 "지급준비율에 이어 연말부터 대손충당금 적립률까지 인상될 예정이어서 대출금에 대한 원가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1월 23일 단기성 원화예금에 대한 지준율을 7%로 2%포인트 올렸고, 금융감독원도 지난 11일 연말부터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비율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가산금리 인상 계획은 곧바로 다른 은행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바탕이 되는 CD 금리도 최근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연 4.58%에 머물렀던 CD 금리는 11월에 0.09%포인트 올랐으며 이달 들어서도 보름 동안 0.04%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대출 증가세는 둔화=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 증가세가 수그러들고 있다.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이 줄고 있는 데다, 금리상승과 종합부동산세 부담으로 집을 처분하고 대출금을 상환하는 다주택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768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3조6732억원)의 20%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김은정 재테크 팀장은 "최근 부동산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 든 다주택 고객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빚을 내서 산 주택은 처분하고 대출금을 갚겠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버블 붕괴 유발"=금융연구원의 강종민 선임연구위원은 17일 '가계금융 부실 억제 필요성과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경기 하락기에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7월 말 현재 국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대출이 97% 이상이고 대다수 금리 변경 주기가 3개월 이하"라며 "변동금리 대출의 만기가 짧은 데다 만기 일시상환 조건이어서 만기 때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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