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제몫찾기 각국 움직임(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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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쿠웨이트 복구 수주전 치열/미서 장비공급·건설등 70% 선점/영·불 등 「미 독식」견제 여의치않아
걸프전의 총성이 멎자 쿠웨이트의 전후 복구사업을 놓고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많은 공사와 물품공급 계약을 따낸 곳은 미국.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 3」를 포함,캐터필러 등은 중장비 판매를,모터롤러는 통신장비를,벡텔은 건설사업의 용역을 각각 따냈다.
여기에 다국적군으로 참전했던 영국·프랑스·이집트 등도 가세,저마다 제몫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반면 전비만을 지원하고 병력을 파견치 않았던 일본은 사태추이를 관망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종전후 90일간의 긴급 복구계획을 수립해놓은 쿠웨이트는 이 기간중 최우선적으로 식량·식수 및 하수도복구와 현재 불타고 있는 5백여개에 이르는 유전의 진화에 필요한 장비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8억∼1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백여종의 각종 사업중 70%는 이미 미국기업들과 계약이 끝난 상태다.
기업별로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3사가 1천여만달러어치의 자동차 공급계약을 마쳤으며 라프랑스는 소방차 단독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캐터필러는 발전기의 쿠웨이트행 선적을 끝냈으며,오브리언 고인스 심슨은 유전의 진화와 정유시설 복구작업을 따냈다.
모터롤러는 통신장비를,레이디언사는 5백70만달러어치의 공항관제장비를 공급키로 했다.
건설용역전문의 벡텔은 쿠웨이트 복구사업을 거의 휩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벡텔은 부시 행정부와 친밀한 슐츠 전 국무장관을 영입한 덕을 이번에 톡톡히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수십억달러의 공사를 쉽게 수주할 것으로 예상돼 다른 나라 건설업체는 물론 미국내 동종업계에서 마저 불평의 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해 영국은 미국과 같은 전승국이면서도 쿠웨이트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영국은 미국기업들이 각종 계약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대사관에 특별수주팀을 구성,자국업체들의 참여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에야 수주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과거 이라크공사에 치중했던 약점때문에 미국이나 영국기업에 밀리고 있다.
이집트는 같은 아랍국이면서도 다국적군으로 참전했지만 푸대접을 받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자 『우리도 건설업체와 무역업체가 있는데 왜 끼워주지 않느냐』는 불평을 하고 있지만 귀를 기울여 주는 나라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쿠웨이트의 미국 「편애」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도처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쿠웨이트의 입장은 단호하다.
긴급 복구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알 사힌 장관은 『쿠웨이트는 결코 이번에 문을 개방한 것이 아니며 미국인들은 벌써부터 이곳에 와있었다』며 미국외 다른나라 기업의 불평을 일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힘을 빌리지않고 자력으로 쿠웨이트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이나 식료품 등 생필품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외자산만 1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석유부국 쿠웨이트 재건비용은 당초 예상보다 싸게 먹힐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쿠웨이트가 값비싼 외국노동력 대신 자국인력을 최대한 동원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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