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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적 관심과 중동특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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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간의료진 파견등 고려해야
전쟁이 끝나자 나라안팎의 관심은 온통 전후복구사업에 따른 이른바 중동특수에 쏠리고 있다. 당사자들이 전쟁의 참화속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수천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는 복구사업에서 뒤처질까봐 국가별,기업단위로 머리를 들이밀고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떳떳지 못하다.
우리도 그런 면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대책수립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라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우리뿐은 아니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놓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뜻에서 정부와 업계의 기민한 대책수립은 당연하고도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한쪽에서는 수십만의 인명이 살상당하고 나라가 잿더미로 변해있는데 명색이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가 남의 나라 사람들이 처참한 고통을 받고 있는 속에서 재화에만 눈이 먼듯한 꼴을 보이는 것은 온당치도 않고 보기도 흉하다.
어느 전쟁이고 명분은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도덕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이번 전쟁역시 마찬가지다. 승자든 패자든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은 어쩔 수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전쟁이 일단 끝난 뒤에까지 그런 전쟁논리에 얽매일 수는 없다.
전후처리든 전쟁복구든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우선 덜어주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전후 복구사업 참여는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중동특수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인도주의적인 지원이 적어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전쟁피해국은 쿠웨이트지만 이라크도 독재자를 잘못만나 겪은 고통이니 사태가 수습되는대로 마땅히 국제적 구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라크는 우리 건설업체가 오랫동안 관련을 지어온 곳이다.
이 관계는 후세인이기 보다는 이라크 국민과의 관계라고 봐야한다. 이제 이 무모한 지도자도 몰락의 길로 들어서서 이라크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으니 우리 능력껏 구호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
그 방법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적십자사를 통한 난민구제사업,민간의료진 파견 등의 봉사활동 등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정책적 배려가 있고 실현될 수 있다면 이 지역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도 훨씬 단단해질 수 있고 중동 복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체면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검토가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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