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까진 수개월 걸린다/이라크군 퇴로에 난관 “첩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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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로·차량 대부분 파괴/병력 걸어서 철수할판
26일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 주둔 병력의 철수를 지시했다고 바그다드방송이 공개했다. 백악관은 공식통보가 없었다고 지적,전쟁은 계속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라크 철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지 아직은 유동적이다. 그러나 본격 철수가 있게되더라도 문제는 허다하다. 우선 기간이 문제다.
군사전문가들은 50여만명에 달하는 군대가 철수하는 일은 진격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작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공격으로 이라크의 수송수단 및 장비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도로가 다국적군의 폭격으로 거의 파괴됐다.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이어지는 얼마 안되는 사막의 도로들은 대부분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병사들과 장비를 수송할 차량들도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나마 온전한 차량들도 대부분 휘발유나 디젤을 공급받지 못해 운행할 수 없는 상태다.
이라크 간선철도인 바그다드­바스라간 철도도 다국적군의 폭격으로 열차가 운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이 때문에 이라크군의 대부분은 도보로 철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신세가 됐다.
이와 같은 사실등을 근거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평의회의 사이먼 런 사무차장은 『이라크는 진격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철수하는데 써야한다』며 이라크의 철수가 몇달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철수과정에 다국적군 공습이 가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도 양측의 분명한 합의없이 일방철수가 있을 경우,가령 수십대의 수송차량들이 도로위로 이동한다면 이는 헬기나 A­10기 등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도로보다는 은폐가 용이한 사막위로 산개한 상태에서 철수해야 하기 때문에 철수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또한 쿠웨이트 유격대들의 파상적인 공격도 예상돼 철수하는 이라크군들은 도처에서 소규모 전투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도 모두 철수하는 이라크군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이다.
이밖에 군부대간 통신수단도 거의 두절된 상태여서 철수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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