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챔프, 절로 간 사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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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복싱 영웅이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간다. AFP 통신은 도하아시안게임 복싱 라이트웰터급(64㎏)에서 한국의 신명훈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마누스 분줌농(26.사진)이 태국으로 돌아간 14일(한국시간) "머리를 깎고 2주간 승려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성인 남자들이 2주간 절에 들어가 승려 생활을 하는 것은 태국에서 일반적인 관습이다. 하지만 승려가 되기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돌아온 탕아' 분줌농의 결심은 태국에서 더욱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줌농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복싱에서 사상 세 번째로 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국가 영웅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부와 명예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티와 도박을 일삼으며 방탕한 생활에 빠졌다. 올림픽 금메달 상금으로 받은 60만 달러(약 5억5000만원)를 탕진했고, 이를 못 견딘 아내는 세 아이를 두고 떠났다. 도하 아시안게임 2개월 전에야 정신을 차린 분줌농은 쿠바로 건너가 피나는 훈련으로 다시 몸을 만들었고, 아시안게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며 금메달을 따내 명예를 되찾았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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